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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우리아이들

초등교실, 아빠 어렸을 땐 85명 … 지금은 29명

초등교실, 아빠 어렸을 땐 85명 … 지금은 29명

서울 초등교 한 반 학생수 사상 첫 30명 밑으로
도심 공동화로 종로 교동초 14.3명
학군 좋은 강남 대도초는 37.7명

 

2·3부제 수업에 콩나물 교실 … 기억나시나요
한 학급에 7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1970년대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실.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교사가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중앙포토]

주부 송현숙(42)씨는 평생 서울시 종로구에서 살고 있는 ‘종로 토박이’다. 1974년 교동초등학교에 입학해 종로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다녔다.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과 결혼해 지금은 익선동이 집이다. 송씨는 2006년 아들을 교동초에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에 갔다가 달라진 교실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한 학년에 학급이 하나밖에 없는 데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이 채 안 된 것이다.

그는 “59년생인 언니가 교동초를 다닐 때만 해도 한 반에 70~90명씩 됐고, 내가 학교 다닐 때도 50명 정도였다”며 “콩나물 시루 같았던 예전 교실을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성해 교동초 교감은 “1894년 개교한 우리 학교는 60년대까지만 해도 60개가 넘는 학급에 전교생이 5000명이 넘는 학교였다”며 “저출산에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겹쳐 이제는 시골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가 됐다”고 말했다. 교동초는 올해 학급당 학생수가 14.3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작은 미니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이 6일 발표한 ‘2009년 서울 교육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명 아래로 떨어져 올해 28.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30.2명이었다.

전체 초등생 수도 지난해보다 3만5000명가량이 줄어든 59만8000여 명을 기록해 60만 명대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중학생 수도 35만5000여 명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고등학생 수는 6000여 명 증가한 36만8000여 명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2·3부제 수업에 콩나물 교실 … 기억나시나요
1960~70년대 초등학교에서는 교실이 부족하다 보니 2부제 수업은 기본이었고 3부제 수업 학교도 있었다. 오후반 학생들이 우산을 들고 운동장에서 오전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생 수가 이처럼 줄어드는 원인은 저출산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50~6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 출산율이 높아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이 부족해 전국적으로 콩나물 교실 문제가 심각했다. 70~80년대는 산아제한 정책이 성공하면서 인구 증가율은 감소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남아도는 교실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전체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다. 강남의 대도초는 한 학급에 평균 37.7명, 목동의 영도초는 35.7명이다. 학군이 좋은 중·고교 주변 초등학교에 전입 학생이 늘어난 탓이다.

70~80년대에 비해 학급당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관계도 달라졌다. 이양수 효제초 교사는 “한 학급에 60~70명이었던 시절에는 교사들이 힘들기는 했지만 교사를 따르고 존경하는 전통이 살아있었다”며 “학생수가 줄어든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져 더 세심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수가 계속 줄어드는 지역은 학교 통폐합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