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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사기 골퍼’도 세월앞에 장사없다

‘사기 골퍼’도 세월앞에 장사없다

 

골프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골프장비의 신기술로 인하여 장타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가 처음 우리 골프장에 들어와 코스 교육을 받을 때 나를 가르치는 선배언니가 말하길 "이 홀은 티샷하면 보통은 150 말뚝에 공이 많이 떨어진단다. 100말뚝 근처에 떨어지면 장타자이고 100 말뚝 안쪽에 떨어지신 분들은 일명 전문용어로 에니멀(animal·짐승)님이니 깍듯이 대하도록~!"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분명 같은 홀인데도 불구하고 150 말뚝 근처에 떨어지면 미스샷 혹은 '짤순이'가 됐다. 대부분은 거의 다 100말뚝 까지 티샷을 날리셨다.

내가 초보때 울 회사에 거의 매일 오시는 분이 있었다. 내 기억에 그는 '아마추어계에 황제'라고 생각했다. 장타자였었고 늘 70대의 스코어를 치셨다.

그러나 그분의 치명적인 단점은 매번 동반자들과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따서 집으로 가신다는 거였다.

그렇게 돈을 따면서도 동반자들에게 밥도 안 사줘서 인지 점점 동반자들이 줄어드는 듯 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모르는 분들과 공을 치기 시작했다.

전반에는 일부러 50개 정도의 스코어를 치신 후 후반에 내기를 해서는 줄줄이 버디를 하시며 "어? 이상하게 후반에 볼이 잘 맞네~한 번도 이렇게 쳐 본적 없는데…(사실 그분은 코스를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신 분이었다)"

급기야는 인터넷에서 부킹한 처음 본 사람들과 후반에는 말싸움이 벌어졌다.

"당신 완전 사기꾼 아니야? 전반에 50개 칠 실력이 아닌데 사기 친 거지?"

" 언니~저 사람 여기 많이 오는 사람이지 아는 거 있음 말해봐 !"

"아니~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잘 모릅니다(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나설 부분은 아닌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저분 매번 저래요~'라고 고자질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입술에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

그리고 몰래 숲을 향해 소리쳤다.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저분은 전문가! 속지마세욧!"

결국은 싸움이 더 커져서 불미스럽게 집으로 돌아가셨고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몹쓸 운명처럼 또다시 코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모르는 분들과 치시는 듯 예전에도 항상 티오프 시간이 딱 되어서야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 하시던 분이었는데 세월이 흘러도 정말 하나도 안변하셨다.

티오프 시간보다 2분 늦게 차분하고 점잖은 걸음으로 샤방샤방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계셨다.

동반자분들은 이미 마음이 상해있었다.

"뭐야~저사람~티오프 시간이 몇 시인데 초면인 사람들하고 치면서 저렇게 어슬렁어슬렁 대? 참나~시작도 하기 전에 스팀 나오네"

"고객님~오늘은 내기 하지 마시고요 명랑 골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아니요~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그냥 명랑 골프요. 그거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의 끊임없는 강요에 의해 내기를 했는데 결과만 말하자면 그렇게 매번 70타대의 스코어를 유지하던 분이 완패를 당했다.

자칭 옛날엔 장타자였던 그보다 항상 50~80야드 이상씩 더 보내는 떠오르는 샛별님들이 오신 거였다.

매홀 버디찬스였다. 한때 지존이었던 그가 처참히 무너지는 모습을 나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나는 그분이 평생 70타대를 치실 줄만 알았다.

예전엔 매번 돈 따서 도망만 치던 그였지만 오늘은 매홀 버디 값을 지불하는 그의 표정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그의 모습을 보니 통쾌한 모습과 함께 조금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깐 평소에 따신 돈은 동반자들에게 좀 환원하시던가 식사라도 함께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