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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짤순이’들여 당당해져라!

‘짤순이’들여 당당해져라!

 

골프장에서 캐디가 가장 선호하는 골퍼는 과연 어떤 유형일까?

1-장타자. 2-단타자. 3-골프룰과 로컬룰 잘 지키는 골퍼. 4-잘생긴 골퍼. 5-돈 많이 주는 골퍼.

골퍼들이 생각하기엔 볼을 잘 치거나 장타자를 선호할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늘 한 홀에 100개를 치든 수천 개를 치든 '짤순이'든, 장타자든 앞 팀과의 플레이 간격을 잘 유지해 주는 골퍼를 가장 선호한다.

간혹 잘생긴 골퍼(예를 들면 잘나가는 연예인)과 나가면 한 두 홀은 살짝 기분도 좋고 가슴이 설레기도 하지만 아무리 잘생겨도 앞 팀과의 간격을 유지 못해주면 완전 환상이 깨진다.

'여자 예쁜 거 3년 못 간다'고 '남자 잘 생긴 거 3홀을 못간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된다. ㅋㅋㅋ

오히려 장타자보다는 방향성 좋은 200~230야드 정도 나가는 '짤순이' 골퍼가 가장 좋다.

장타자 분들이 거리도 나면서 방향성도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힘은 넘치는데 방향성은 매번 '나몰라라~'하는 골퍼들은 산으로 300야드 치신 뒤(옆 홀도 아닌 옆에 옆 홀 쪽에 가까운 산) 나에게 비수를 꽂으며 외치시는 고귀한 말씀.

"언냐~내려오겠지?"

아이쿠~산사태나 나야 내려오지요. ㅠㅠ

암튼 거리 욕심은 우리나라 골퍼들이 확실히 많은 것은 틀림이 없다. 매번 TV광고를 보면 '이 드라이버를 치시면 비거리가 달라진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손님들의 골프채를 보아도 드라이버가 가장 유행을 빨리 타는 것을 느낀다.

그게 다 비거리의 욕심 때문인 듯하다. ㅋㅋㅋ

비거리가 나시는 분들은 파 3홀에서 특히 소프라노 톤으로 말씀하신다.

캐디왈 "파 3홀 이구요~150야드 입니다." 그러면 장타자들은 "어~나는 피칭웨지 줘! 이것도 너무 클라나 ㅋㅋㅋ" 며 동반자 분들을 일단 클럽 선택으로 기를 팍 죽인다.

반면 비거리가 안 나시는 분들은 재빠르게 조용히 클럽을 빼 가신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두 세개 정도(예를 들면 5, 6, 7번 아이언 다 가져가신다)

나중에 보면 5번 아이언에 풀이 잔득 껴 있다. ㅋㅋㅋ

나의 개인적인 생각엔 비거리가 안 나는 분들도 조금 당당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신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거리가 적게 나갈 수도 있고, 많이 나갈 수도 있는데 비거리 때문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몇 년 전 어느 여자 분께서 동창분들과 라운드 도중 첫 홀에 3번째 샷이 100야드가량 남아서 큰소리로 외쳤다.

"고객님 100야드 남았는데 어떤 클럽 드릴까요?" 그러자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치셨다.

"5번 아이언~" "네? 잘 못 들었는데 5번 아이언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계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5, 6, 7번 아이언을 들고 달려갔다.

가까이 가서 "고객님~아까 전에 5번 아이언이라고 하신 거 맞나요?"

그랬더니 그녀가 나를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더니 "네가 정녕 나를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줄려고 작정한거냐?"며 "앞으로는 내 손을 잘 주시하도록! "

그랬다. 그녀는 친구들에 비해 비거리가 짧다는 것에 대해 무척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그래서 입으로는 '8번아이언'하고 외치는데 손가락은 5개가 펴져 있었다. 바로 그것은 '5번 아이언을 냉큼 가져 오거라'하는 뜻이었다.

이건 거의 수화를 하는 수준 이었다.

비거리가 짧은 분들도 좀 더 당당하게 동반자가 150야드에 '피칭!' 하고 외칠 때 '나는 5번 아이언!'하고 크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을 지녔으면 좋겠다.

또한 거리 욕심보다는 방향성 욕심을 부리는 골퍼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