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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술 때문에…’ 라운드 시간 놓쳤네!

‘술 때문에…’ 라운드 시간 놓쳤네!

 

골프 치러 오시는 분중 오전 라운드를 하다 보면 몸에 알코올 향수(소주향, 맥주향, 양주향 그중 가장 독한 건 폭탄주향)를 잔뜩 뿌리고 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얼마 전에는 4분이서 완전 만취 상태로 오셔서 5홀 동안 헛 스윙만 잔뜩 하고 공과 싸우시다가 결국은 5홀만 마치고 모두 집으로 가신적도 있다.

또 어떤 만취 고객은 연약한 캐디언니에게 도저히 못 걷겠다고 카트 있는 곳까지 '나 좀 업어줘~업어달라구~'하며 어리광(?) 및 앙탈을 부리시는 분도 있다.

한 3년 전이었다. 이날도 오전 라운드 시간이었다.

어떤 고객님께서 경기과 기둥을 붙잡고 눈에 슬픔을 가득 안은 채 뭐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궁금해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지만 귀를 당나귀 귀처럼 크게 열어놓고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그분들은 티오프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늦게 오셨다. 회사 규칙상 그들은 '컴백홈'해야만 했다.

경기과 및 프론트에서는 이미 '고객님 아니 되옵나이다~고객님께서 어느 정도 늦으신 거는 점프(홀 건너뛰기)를 하실 수 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며 6하 원칙에 입각해 정중하게 설명했다.

보통 그러면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한 20분간 경기과 기둥을 붙잡고 버티셨다. 집이 동해라며 한마디로 본인들은 절대로 이대로 '컴백홈'할 수 없다고 하셨다. 아예 경기과 앞에 자리를 깔아 놓고는 '꼭 쳐야만 한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잠시 이분들이 사라졌다. 결국 동해로 가셨나보다고 생각했는데 5분후에 그들이 우리 회사 사장님과 함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나타났다.

집요한 분들. 이분들이 오늘 나와 함께 라운드한 동반자다. 솔직히 궁금했다. 얼마나 골프를 좋아하면 사장실까지 뛰쳐들어갈 생각까지 했을까. 결국 티샷을 했다. 하지만 4명 모두 동해로 보내고 싶은 티샷이었다.

가장 힘없어 보이는 고객이 티샷을 끝내고 우산을(말이 우산이지 거의 파라솔이었다) 꺼냈다. 골프 채는 그라파이트 인데 그의 우산은 스틸. 골프 백이 왜 무거운가 했더니 그 파라솔 같은 우산 때문인가 보다.

그 파라솔 들고 다니느라 기운 다빠져서 거리도 정말 안 나신다. 우산을 그라파이트로 바꾸던가 해야지.

그 넓은 페어웨이는 눈 팅만 하고 볼은 언덕에서 언덕으로 잔디를 참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인가 보다.

플레이도 좀 느렸다. 여기서 그들의 약점을 꺼내 비굴하고 치사하지만 한마디 던졌다.

"고객님~ 울 팀은 경기과와 사장님께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사옵니다. 부디~부디~진행만큼은 잘 해주십시요"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이들 뒤꽁무니 �아 다니느라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빨리 가는 건 좋은데 채(클럽)는 가지고 가야할꺼 아녜요!(오감자 속마음)

"아따~언니 빨리 와~울 언니 왜케 늦게오는거야~언능 와~" "아따~빨랑빨랑~아따~허리 업~허리 업"

헥헥~

고객님 슬로우~슬로우~퀵퀵. 저 좀 데리고 가요~

진행요원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데 이분들이 이 한마디 한다.

"우린 빠른데 울 언니가 늦당께요~잉. 우린 암 잘못 없어요"

고객님 근데 동해에서 온 거 맞아요? 어째 말투가 강원도 말투가 아닌 데요. 그리고 그 술 냄새는 뭐예요?

그러자 고객님 주위를 살펴보고 작은 목소리로 "어~사실은 우리 서울 살아. 어제 우리 넷이서 술 먹고 꼬꾸라져서 아침에 못 일어났어."

헉! 그럼 사장실엔 왜 들어갔어요? "어~그거. 술김에~나 원래 술 마시면 멍멍이와 친구도 하고 그래. 사장님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으악~내가 못살아요. 정말 못 말리는 손님들이였다.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