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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와우~ 기억력 짱! 골퍼님

와우~ 기억력 짱! 골퍼님

짙은 안개가 꼈을때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거짓말은 바로 이것이다.

"언냐~나 여기 첨와~~^^"

심지어 어제 와서(이 회원님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오심) 공을 굴리시고 가셨던 회원님 조차 그런 말씀을 하셨다.

"언냐 나 오늘 아침에 회원권 사서 온거야. 나 하나도 모르니까 언니가 다 알아서 볼 방향 봐줘야 해"

으윽~저는 600만불의 사나이가 아니라구요. 제 눈은 뭐 캐디 하라고 신께서 특별하게 주신 눈인가요? 저도 손님들과 똑같이 평범한 눈이랍니다.

정말 그 회원님은 항상 오시는데도 코스를 기억 못하신다.

파3홀에 가서도 어제 뭘 치셨는지 잘 기억을 못하고 "여기 몇야드지? 어~여기에 이런 홀도 있었나?"하며 정말 신기하게 바라보신다.

"회원님 그렇게 매번 오시면서 왜코스를 기억 못하세요?"

"난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 같고 또 뒤돌아서면 바로 까먹어~^^"

반면 회원님도 아니신데 기가막히게 우리들보다 더 코스를 훤히 꿰뚫고 계시는 골퍼분도 있다(가명 한 기억).

동반자의 티샷 볼이 하늘 높이 떠 오른후 바람에 쓸려 우측으로 마구 마구 질주 하고 있는데 내 오랜 경험상 오비(OB)는 아니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건 구력이 오래되면 느껴집니다.

"어~괜찮을꺼 같습니다~"를 외치면서 흥미 진진하게 공을 계속 뚫어져라 바라보구 있는데 한 기억님께서는 공이 아직 지면에 도착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내 눈을 큰 손으로 가리셨다.

"아니 꼭 그렇게 낙하 지점을 봐야 생존 여부를 알수 있나? 딱 보면 오비 아니양~"

"아니 저 볼이 탄도가 엄청나게 높아서요. 비행기에서도 보면 보일수 있는 탄도잖아요. 그래서 지면에 떨어질때 런이 안생기면 잘 하면 살수 있거덩요"

그러자 한기억님 "에이~그걸 꼭 그렇게 봐야 아냐고. 티샷 하는 순간 모르나? 난 알수 있는데 OB! OB라구~"

이렇게 여러번 내 눈을 가리고서는 '오비다, 오비가 아니다'를 말씀하셨다.

분명 내 눈에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매번 내 눈 관리를 하시냐구. 이러다 조금만 더 있으면 '눈을 떠라 감아라'이런 명령까지 하겠습니다. ㅋㅋㅋ

한 기억님의 더 놀라운 능력은 파 4홀의 경우 티샷을 마친 동반자에게 미리 남은 거리를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음~너는 150 야드 남았고 너는 170야드, 너는 190야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 녀석은 오비야. 오비티는 뒷핀까지 145야드 보면 된다"

이 모든 걸 티잉그라운드에서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서 보면 거의 그 지점에 볼이 있다. 그리고 동반자의 세컨드 샷 볼이 온그린 되면 세컨드 샷 지점에서 또한번 외친다.

"야~너는 왼쪽으로 5컵 내리막성 옆라인이야. 야~너는 내리막 훅라인에 걸렸고 오른쪽으로 8컵 정도 보구 치면 된다"

정말 까무러칠 일이다. 코스를 외우는거는 어느정도 이해 하지만 그린 라인까지 외워버리다니 동반자들 말씀으로는 한번 간 골프장은 그 다음에 가면 정확하게 기억을 한다고 하신다.

벙커가 어디 어디에 있고 해저드의 위치, 오비의 위치 등등. 한번만 가보면 전부 외우신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으아~존경합니다.

캐디인 나도 코스를 익히는데 1년이 넘게 걸렸는데 나보다 더 코스를 잘 아시다니.

안개낀 날 이분하고 나가면 기분 짱 좋습니다. 안개속에서도 방향을 잘 보시거든요.^^

그러나 그분에게도 약간의 까탈스러운 점이 있는데 꼭 신입생에게 테스트를 한다는 겁니다.

"언냐~언냐는 여기서 라인을 몇컵 볼꺼야?"

"네~저는 우측으로 4컵 정도 봤습니다"

"에이~아냐~아냐~오른쪽으로 8컵은 봐야 해"

이렇게 매번 나가는 언니들마다 거리 테스트, 그린 라인 테스트, 혹은 룰 테스트를 하시곤 한다. 저 역시 신입 때 몇번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물론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응했습니다만.

그리고서는 들고 다니는 수첩에 뭐라 뭐라 끄적이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캐디 언니들 이름 적고 테스트 점수를 준다'라는 소문이 있었다.

혹시 대한 골프 협회에서 보낸 스파이?ㅋㅋㅋ

코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골퍼보다는 이분 처럼은 아니어도 골프장 홈페이지에서라도 한번쯤 코스 정보를 알고 나온 골퍼가 조금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들도 사랑받고 싶다면 코스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 정도는 알고 코스에 나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