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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초 스피드골프, 바쁘다 바뻐

초 스피드골프, 바쁘다 바뻐

 

어느 한 캐디가 대기실로 어깨가 축 처진 모습으로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휴우~~오늘 18홀 동안 뛴 기억밖에 없어"

보통 이렇게 말하면 '완전 왕비기너님과 온갖 나무를 살피며 언덕에서 언덕으로 서브 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를 18홀 동안 미친듯이 뛰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싱글 골퍼님이었다.

그러면 왜 그녀는 그렇게 뛰어야만 했을까?

그분의 성격이 급한거는 우리 회사에 3개월 이상 된 캐디는 물론 심지어 청솔모, 까치까지 잘알고 있다.

일단 그분은 항상 첫번째로 티샷을 하신다. 그리고 다른분 3분이 티샷하는것은 전혀 지켜보시지 않은채 카트길로 본인의 볼을 향해 슬~슬~걸어간다.

모양은 천천히 걸어가는 듯 하지만 실제는 재빨리 걸어가신다. 엄청난 내공을 발휘해 상체는 거의 미동없이 살랑 살랑 가나 무릎 이하의 하체 부분은 아주 재빨리 움직인다.

그분이 세컨드샷 지점에 도착하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캐디가

"전~하~ 7번 아이언 대령이옵니다"하고 재깍 재깍 내밀어야 한다. 만약 그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캐디가 없으면 '느려터진 캐디'라며 '그렇게 느려 터져서 회사까지는 어떻게 왔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의 성격을 아는 동반자분들도 캐디가 뛸 시간을 좀 더 주기 위해 티샷을 미친듯이 빨리 해 치운다. 멀리건? 요런건 상상도 할수 없겠지요. ㅋㅋㅋ

카트를 타고 내리막길도 커브길도 브레이크 한번 안잡고 미친듯이 달려가 만사 재쳐놓고 오직 한분을 위해서 클럽을 들고 뛴다.

무한 질주. 오직 그를 위한 무한 질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그분은 이렇게 이성의 끈을 놓고 뛰는 캐디의 모습을 보면서 묘한 희열을 느끼시는지 일부러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시키신다. 캐디들의 기억 능력 정도와 순발력 등을 테스트하는 셈이다. 이분과 라운드하면 완전히 수능시험 보는 학생들처럼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아침 8시 밖에 안되었는데 그늘집에 뻔히 식사 주문이 안되는 시간임을 알면서도 그늘집에 면 시켜줘라.

그리고 그늘집에 큰컵에 큰 얼음 두개 띄어 놓아라, 드라이버 줘라, 상금 시상해라(내기할 돈도 캐디에게 맡겨 놓음) 등등. 암튼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시켜서 혼을 빼 놓으시곤 한다. 뭐랄까 일부러 골탕을 먹일려구 작정한듯한 모습이랄까?

또한 회사에 분명 카트 이용 금지 구역이 있는데 매홀 걸어다니시다가 거기만 가면 태워달라고 생떼를 쓰고 난리를 치신다.

"전하, 아니되옵니다. 이 홀에서 태워드리면 카트의 배터리 양이 급격히 줄어들어 이따 투라운드 할시 다 마치지 못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서서" 라고 설명을 드려도 듣는둥 마는둥 카트를 타실려고 하신다.

거기에서 태워드리지 않으면 바로 본인의 머릿속에 입력을 시킨다.

'음~~000 캐디는 진상 캐디.' 그리고 그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그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다.

이렇게 3시간만에 모든 라운드를 마치니 그녀가 스코어를 제대로 적었겠나요?

이때 비수처럼 꽃히는 동반자의 한마디.

"어디~~스코어 카드 좀 볼까?"

그러자 성격급한 그가 이때가 기회다 싶은지 마지막 펀치를 날리며 "야야야~느려 터져서 스코어도 못적었을꺼다"라며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그분은 3시간만에 라운드를 마치고 집에 가시면서 또 한번 외치십니다.

"오늘 너 때문에 플레이가 많~이 늦어졌다. 반성하도록!"

뭘 어떻게 반성을 해야 하는지 누가 방법좀 가르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