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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말조심, 외국에서도 자나깨나 말조심

말조심, 외국에서도 자나깨나 말조심

 

몇달전 우리 회사에 오신 고객님께서 태국 여행을 다녀와서 캐디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내게 말했다.

"언냐~ 내가 태국가서 13살짜리 어린 캐디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나참 그 애를 혼낼 수도 없고 정말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니깐"

"왜요? 무슨 소리를 들으셨길래요?"

내가 한참 헤드업을 하면서 신나게 공을 굴리고 있었어. 마음속으로 헤드업을 안해야지 하고 다짐을 해도 막상 공만 보면 마누라보다 더 무서워서 공을 제대로 안보는 거야. 나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본 캐디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하더라구.

"오빠(아니 50 이 다된 나에게 오빠라 부르다니. 아~할렐루야~이거야 이거. 내가 다녀가기전 한국 골퍼들이 이 애에게 교육을 제대루 시켜놨구나. 에헤라~디여~)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참 기분이 좋아 날개를 달고 펄펄 날아다니는 나에게 캐디의 이어진 한마디는 나를 한방에 보냈다.

"옵빠~~대가리 쳐 들지마~!"

이 이야기에 동반자들은 꺄르르 웃었고 본인도 너무 놀라 화도 못내고 그냥 웃고 말았다고 한다.

얼마전 나는 태국에 10일간 다녀왔다.

정말 같은 한국사람인것이 창피하게 느껴질때가 있었다.

한 한국인 골퍼가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이 잘 맞을때까지 캐디에게 티와 공을 주며 꼽으라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그 옆사람이 조금 뚱뚱한 캐디에게 분명 옷에 이름표가 태국어가 아닌 영어로 되어있었는데 "야! 뚱땡아!"하고 큰소리로 소리를 계속 지르는 것이었다.

우리팀 캐디중에 유난히 한국말을 많이 배우려고 하는 20 살짜리 남캐디가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듣고 잘 따라 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인지 '오잘공~, 첫홀 올 파?, 오른쪽 끝?, 나 참~, 오~ 붙었어~'등 한국어를 곧잘 구사했다.

이런 용어들도 잘 썼다. 일을 마치면 '누나 수고 !'라는 용어도 쓸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욕도 할줄 안다는 것에 놀라웠다.

한참 라운드 도중 내 드라이버의 커버를 꺼내 오더니(강아지 인형 커버였음).

그 아이는 본인이 아는 한국어 실력을 다 뽐내고 싶어했다. 글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개~새~끼?"

우리는 너무 놀라서 강아지라고 말해 줬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가로로 목이 부러질듯 휘저으며 "No~개 ㅅ ㄲ"라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 사장님 어쩌구~저쩌구 개 ㅅ ㄲ"(이 말은 아마 한국 아저씨들이 그렇게 가르켜 줬다는 말로 문맥상 추정됨).

또 옆 캐디가 조금 장난을 치면 "듀글래?(죽을래?)" 하면서 옆 캐디를 한대 때렸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한국 골퍼들이 외국에 나가서 외국 캐디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조금은 추정이 되었다.

물론 극소수의 골퍼가 그들에게 그런 행동이나 말투를 보여줬겠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했다.

또 하나의 태국 골프장에서 있던 사례는 우리가 머물던 곳에 이미 한달 넘게 골프만 치고 있던 한국 남자 골퍼가 있었다.

이미 까맣게 그을려 현지인에 가깝게 얼굴이 탄 그는 그늘집에서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있던 물통에서 본인의 물통에 물을 넣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울 뒷팀의 여자분들이 그늘집으로 들어오면서 그를 현지인으로 착각했는지 이렇게 외쳤다.

"아이 드러워. 여기 놈들은 왜 이렇게 더러운지 몰라~ 아휴~저기 저 놈봐봐. 더럽게 저기 앉아서 물을 먹냐. 에이 더러워~"

이에 급 흥분한 골퍼는 최대한 눈을 가로로 앙칼지게 뜨고 그녀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아줌마! 지금 뭐라구 했쑤?"

이에 놀란 여자분들은 줄행랑을 쳤다.

이 상황을 목격하면서 전 세계 어딜 가든 말조심 해야 한다는 교훈을 또한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