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맛있는 골프

말싸움, 어떻게 할 수 없는 답답한 이 내 마음

말싸움, 어떻게 할 수 없는 답답한 이 내 마음

 


내가 골프에 대해 문외한이던 시절.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정말 우아한 옷을 입고 슬슬 걸으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 무릉도원에서의 생활을 할꺼라고 상상해 왔다.

하지만 캐디라는 직업을 갖고 골프장의 세계에 들어와서 보니 꼭 그렇게 우아한 고객들만 있는것은 아니라는것을 알게됐다.

단적인 예로 골프를 치다가 싸우는 골퍼들을 보았을때이다.

(물론 골프치다 싸우는 일은 아주 흔한일은 아니다. ^^)

몇년전 분명 시작은 4분이 한조가 되어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내기 도중 룰 및 핸디캡 스코어 조정으로 싸움이 붙어 14번홀에서 3분이 집으로 컴백홈 하셔서 남은 한분과 묵언수행하며 나머지 4홀을 마친 적이있다.

그때의 그 어색한 기분이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마치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

또 얼마전에도 힘들고 고난의 라운드를 경험했다.

이날 고객들은 인터넷으로 급조해서 만난 모임이었다.

4분 모두 처음 본 사이라 너무 어색해하는 분위기였는데 마침 한분이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약간 오버를 하면서 농담도 건내곤 하였다.

분위기 메이커 인듯한 그분 덕에 나도 나름대로 여러번 웃을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4번인가 5번 홀쯤 매홀 아무말 없던 김과묵 (가명) 고객께서 김발랄 고객에게 말했다.

"장사하세요?(이 말은 왜이렇게 사람이 말이 많냐라는 함축적 의미인 듯)"

이 말뜻을 알아차린 김발랄 고객은 엄청 흥분을 하여 급기야 말싸움으로 번졌다.

김발랄: "당신 아까 나한테 무슨 뜻으로 장사하냐고 물은거요?"

김과묵: "아니 골프칠때 조용히 칠것이지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하슈?"

&$&*…. 어쩌구~저쩌구~

이 두분의 싸움으로 인하여 파5 한홀이 홀라당 비어버렸다.

너무 격한 말싸움에 나는 대신 싸워줄수도 없고 진행 재촉도 못하구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여기서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모든 화살이 나한테 돌아올꺼 같아서 -_-)

결국에 8번홀쯤 김발랄 고객이 먼저 손을 내밀며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과묵형~아까는 내가 심했수다. 우리 이제 화해하고 남은 홀이라도 서로 좋게 지냅시다"

이쯤되면 과묵 고객께서 아무리 싫어도 손까락을 펴야할 타이밍이었다.

허나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고 과묵고객은 발랄 고객님의 손을 뿌리치며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과묵: "됐수다. 화해는 무슨~ 언니야! 나 9홀 돌구 집에 갈꺼니깐 경기과에 미리 말해놔!"

이에 광분한 김발랄 고객 역시 집에 가시겠다며 9홀 돌구 보따리를 싸라구 말했다.

나는 이렇게 싸우느니 차라리 집에 가는게 낫겠다라는 심정으로 내심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 분들은 9홀 돌구 아무말 없이 유유히 10번홀 티잉그라운드로 향하는게 아닌가. 그것도 두분 모두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한참 4분이 아무말 없이 다시 어색한 평화의 분위기속에 라운드를 하고 있는데 눈치없는 A고객이 자꾸만 아까 싸웠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게 아닌가.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말도 안하는데)

"근데 아까 두분 왜 이렇게 크게 싸우셨어요? 아주 제가 심장이 떨려 죽는줄 알았다니깐요"

(티샷이 잘 안맞자) "에이 두분이 하두 싸워대니깐 제가 그 일 신경쓰다보니 티샷이 안맞잖아요"

나는 눈치없는 A고객님으로 인해 다시 삼파전으로 번지는 건 아닌가하고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다행히 당사자인 두분은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A님의 비난에 아무말도 없이 플레이에 집중했다.

이리하여 나는 18홀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라운드를 마쳤다. 18홀이아니라 180홀을 도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