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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비매너 투덜남, 그린 파먹고도 능청

비매너 투덜남, 그린 파먹고도 능청

 


얼마전의 일이었다. 캐디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초보 골퍼님과 비매너골퍼들을 겪어봤지만 이런 막무가내한 비매너골퍼는 처음이었다.
 
표를 받고 4분 고객님에게 산뜻한 인사를 건네고 티잉그라운드에서 대기중이었다.
 
나머지 3분은 연습 매트에서 열심히 연습스윙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비매너골퍼의 대명사인 그 분은 계속 궁시렁 궁시렁 불만을 내뿜고 있었다.
 
-나: 저희 골프장은 처음이신가봐요. 날씨도 좋은데 잘오셨어요.
 
나의 립서비스가 끝나기가 무섭게 비매너골퍼는 “여기 그린피는 왜이리 비싸. 뭐 죽이는 서비스라도 있나? 이 골프장은 이벤트홀에 뭐있어?”
 
-나: 죄송한데 저희는 이벤트 홀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오늘 제가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비매너골퍼: 뭐! 그런것도 없어? 칼만 안들었지 완전 날강도네 그러면서 그린피는 비싸고….

아직 첫홀도 지나지 않았는데 불만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아! 오늘 이분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면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비매너골퍼는 티잉그라운드에서 아이언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티잉그라운드에 대고 연습스윙을 하긴 하는데 티박스를 다 헤쳐 놓는것이 아닌가.
 
-나: 앗! 고객님 죄송한데 그곳에선 디봇나게 연습 스윙하시면 안돼요~저기 연습 매트에서 어쩌구~저쩌구~.
 
-비매너골퍼: 안돼긴 뭘 안돼! 이것도 다 그린피에 포함되는 거야. 그래서 비싼거 아냐? 상관말어!
 
-나: 크헉(이건 아니자나~ 이건 아니잖아~)
 
-고객1: 이봐 그래도 거기선 하지마 그러는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 치기에 티잉그라운드가 안좋아 보이잖아.
 
-비매너골퍼: 우리가 낸 그린피로 다 수리한다고 걱정말어.
 
같이온 동반자들도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였지만 비매너골퍼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트를 운전할때도 폭주를 하듯이 운전을 하시고 급정차, 페어웨이로 살짝 올라타기 등 해서는 안될 행동들만 주저없이 하고 계셨다.
 
-나: 고객님 죄송한데 카트운전은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전 운전해주세요.
 
-비매너골퍼: 내 운전경력이 몇년인데 카트 망가질까봐그래? 물어주면 되잖아. 망가지기는 뭐 멀쩡하구만.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볼때 왠지 계속 이러다간 뭔가 큰 사고 하나 터질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후반이 다 끝나갈 무렵 드디어 일을 터뜨리시고 말았다.  역시나 골프를 얼마 배우지 않은 분이라 그런지 골프실력은 아직 미숙하였다.
 
물론 매너는 더 미숙하셨지만 그린에서 4퍼팅을 하시더니 “여기 그린은 라인이 뭐 이따위야”하면서 퍼터로 그린위에 있던 공을 쳐서 그린밖으로 내보내려던 행동이였나본데 해드업을 하셨는지 공은 커녕 그린을 심하게 쳐버리는 바람에 그린이 40cm는 파여나간 듯 했다. 나를 포함에 나머지 3분의 고객님은 입을 벌린채 넋이 나가 있었다.
 
-나: 헉! 고객님 이건…. 아~정말 이건 안돼요. 이건 경기과에 연락해야겠는 데요.
 
-비매너골퍼: 뭘 연락해. 이것도 그린피에 포함된거 아냐?
 
-고객1: 이사람아 그린에서 이러면 어떡하나. 정말 골프 다시배워야겠네. 자네.
 
-고객 2: 이사람 이제 큰일났네. 그린 수리 비용이 꽤 비쌀텐데 저거 한뼘고치는데 얼만줄아나?
 
-고객 3: 자네 이제 좋은 경험 한거네 ㅋㅋㅋ. 이제 다시는 이런 행동 못할껄.
 
-비매너골퍼: 이거 내가 한줄 모를꺼 아냐. 그냥 몰래 넘어가 어?
 
-나: 그린파인거는 저희 뒷팀 캐디가 분명 보고선 저한테 연락을 할껍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방치하게 되면 나중에 저희들이 혼나니깐요. 이건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예요.
 
-비매너골퍼: 그래서 얼만데? 얼마 안파였구만.
 
결국 그리도 말하던 비매너골퍼분은 경기과에서 코스직원이 와서 자세한 설명후에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얼굴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린피를 그리 아까워하시는 분이 그린 훼손으로 변상해야할 금액이 배보다 배꼽이 더컸을테니깐.
 
참 안타까웠다.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를 배우실분이라면 골프의 기술 습득 이전에 골프매너를 먼저 배웠더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무자년이 밝았습니다. 골퍼 여러분 올해는 꼭 골프 매너를 지킵시다. 아니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