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기억에 남는 엽기 사건들
오늘은 2007년 한해동안 겪었던 라운드중 기억나는 엽기 및 황당 사건을 소개할까 한다. 때는 여름이었다. 왕비님 네 분과 라운드를 하게되었는데 네 분 모두 같은 회사에서 제작된 골프채를 가지고 나오셨다. 남자분들 골프클럽은 워낙 비슷한게 많아서 내가 구분하지 않아도 타 골프장 캐디 언니들이 작은 스티커를 골프채에 부착해서 구분하기가 쉽다. 예민하신 분들은 이런 작은 스티커조차 붙이는걸 좋아하지 않기에 반드시 클럽의 주인님에게 허가및 인증절차를 받아야 나중에 탈이나지 않는다.ㅋㅋㅋ. 암튼 그날 여왕님 네 분께서 늦게 오셔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백을 싣고 티잉 그라운드로 향했다.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해서 백 뚜껑을 열었는데 아뿔사 네 분 모두 똑같은 아이언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걱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을 상기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스티커도 붙여져 있지 않은 똑같은 클럽들 가운데 일단 샤프트와 그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나는 완전 검둥이 그립이고 다른 하나는 검둥이 그립에 약간 빗살 무늬가 들어가서 그걸로 구분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두분의 아이언은 정말로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틀린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마치 오락실에서 고난이도의 '틀린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더군다나 아이언을 새로 바꾸셨다면서 한분은 아예 비닐 조차 벗기지 않은 상태였다. 오마이 갓~ 암튼 최대한 빨리 비닐을 벗기고 스티커 중에 아주 암튼 최고로 작은(청설모 새끼손가락의 손톱의 때 정도?)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일단 아무 탈없이 무난하게 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3번홀쯤 지났나? 스티커를 붙인 아이언을 사용한 손님1이 내게 말했다. 손님1: "언니야! 나는 절대 슬라이스가 나는 사람이 아니거든 머리 올릴때도 슬라이스는 안냈던 사람인데 오늘 치는 족족 슬라이스가 나고 있는데 원인이 뭔줄 알아? 나: 뭔데요?(솔직히 이 질문을 하였을때 뭐 헤드업이라든가 릴리스의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점을 말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엽기 황당한 대답은 이거였다.) 손님1: "언니가 내 채(클럽)에다가 스티커를 붙였잖아. 어쩐지 오늘따라 채가 무겁다 했어~바로 클럽의 질량의 문제라는거지~그것 때문에 내가 평소에 치고 느끼던 해드무게가 있는데 해드가 무거워져서 릴리스를 할 타이밍이 약간씩 늦어지는거야. 나는 할말을 잃었다. 자신의 손이 초정밀 저울도 아니고 어떻게 스티커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손님이 왕인데. 나: "아~~그러셨군요. 그러시다면 냉큼 그녀석을 떼어드려야죠"(여기서 변명의 시간을 가졌다가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나 운동에너지, 위치에너지, 가속도 등등 좀더 심층있는 이야기까지 나올꺼 같은 분위기라 냉큼 꼬리를 내렸다.*^^*) 또하나의 엽기 사건. 어느 젊은 남자분이 있었다(A님). 보기엔 정말 신체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처럼 보였는데 보기 보다는 정말 비거리가 안나시는 분이었다. 뭐랄까 임팩트가 약한정도가 아니라 임팩트 자체가 없어보인다는 느낌? 울 회사에는 거리목이 100말뚝(검정색에 빨간띠 두르고있는 말뚝)과 150말뚝(검정색에 노란띠)이 있다. (200말뚝은 존재하지 않는다)숫자로는 표기가 안되어 있지만 대부분 첫 홀에 설명을 드리면 알아차리신다. 거리가 안나시는 A고객님은 대체 연습장에서는 얼마나 거리가 나시는지 모르겠지만 150야드 말뚝에서 7번 아이언으로 쳐도 다른분들은 온그린 시키시는데 반해 A님은 간신히 100 야드 넘어서 볼이 떨어지곤 하였다. 손님A: "이상하다~내가 분명 연습장에선 150에 7번 아이언이 딱 맞아보였는데" 암튼 150 말뚝에서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발버둥을 쳐봐도 거리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아무도 그를 뭐라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그러면서 내게도 화를 내셨다. 라운드를 마치고 떠나시며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언니~언니가 설명을 잘못해준거야. 저 빨간 말뚝(100말뚝을 가리키며)이 150야드 말뚝이고 저 노란말뚝(150야드 말뚝)은 200야드 말뚝이야~봐 오늘 계속 정확히 40~50 야드씩 짧았잖아. 언니가 거리 말뚝만 제대로 설명해 줬으면 싱글 치는 건데"라며 100말뚝을 안만들어놓은 회사는 첨 보신다며 마구 마구 신경질을 내시며 떠나셨다. 너무 화가 나신 고객께 "말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님의 비거리에 문제가 있거든요"라며 솔직히 말할수도 없었다. 나도 캐디 생활 7년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이자리를 빌어 한마디 한다면 골퍼들이 거리에 대한 환상을 버릴 수 있도록 연습장에서도 거리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필요한듯 하다. 그래야 이러한 골퍼가 없어진다. "언니야 내가 연습장에서 7번아이언이 최소 180~200야드는 나가 거든~" 제발 거리에 대한 환상은 이제 그만 ~ |
'골프 > 맛있는 골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매너 투덜남, 그린 파먹고도 능청 (0) | 2008.01.03 |
---|---|
“고객님, 고1 하고 결혼을 하라뇨” (0) | 2007.12.31 |
‘가제트’ 고객님의 별난 라운드 (0) | 2007.12.13 |
밥 먹듯이 스코어 속인 비양심자의 최후 (0) | 2007.12.05 |
캐디, 발끈 여고생 협박사건 (0) | 2007.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