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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가제트’ 고객님의 별난 라운드

‘가제트’ 고객님의 별난 라운드

 


캐디를 하다보면 별의별 손님들을 다 만난다. 지난 여름 한 남자 캐디가 황당한 손님과 겪은 이색 라운드를 소개할까 한다.

어휴~더워. 강렬하게 내리쬐는 살인적인 햇빛. '제발 오늘은 기력없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제발 피해주십시오'하면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4명이었다. 하지만 이름을 보고 젊은피인지는 구별할 수 없었다. 골프 가방을 찾아서 카트에 실었다. 그리고 클럽을 살펴봤다.

으흠~~대략 나이는 지긋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그런데 그중 유난히 골프가방이라고 하기에는 뭐할 정도로 낡았고 옆에 뭐할때 쓰는 물건인지 파악하기 힘든 골프와는 전혀 상관없는 도구들이 줄기차게 매달려있었다.

손님들이 카트로 오고 있었다. 세분은 점잖은 골프 의상을 입으셨고 한분은 약간 낚시복장 비슷하게 입고 나오셨다. 티박스로 이동해 스트레칭을 하고 오너를 뽑으려고 오너기를 들이대는 순간.

낚시복장의 고객님이 웬 나침판 같은것을 들이밀더니 오너는 이걸로 정한다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나침판을 치는 순간 바늘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늘이 고객님 한분을 가르켰다.

2 고객 : 니가 오너고 왼쪽으로 돈다~ 자! 출발~

3 고객 : 오늘은 과연 어떤 물건이 나오나 기대 좀 해볼까~

4 고객 : 이봐 캐디 삼촌. 저기 2번 고객 별명이 가제트야. 왜 가제트인지 잘 지켜봐~ㅋㅋㅋ

나 : 아~네~가제트요. 설마 모자에서 이상한거 나오고 낚시복장에서 이상한게 나오나요?

4 고객 : 궁금하면 지켜봐. 아마 기절초풍할꺼야. ㅋㅋㅋ

과연 무엇이 준비되어있을까? 하는 기대반 궁금반으로 라운드를 시작했다.

가제트 : 아~오늘 날씨 무척이나 덥구만. 이거 이래서 볼치겠나. 이얍!!

이얍하는 소리와 함께 모자를 몇번 스윽 스윽~손으로 만졌더니 야구모자가 순간 목도마뱀처럼 펄렁거리기 시작했다. 얼핏봐서는 모자안에 손수건을 꼬매버린것 같았다. 그리곤 낚시 조끼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를 꺼내더니 운동선수들이 손에 미끄럼방지를 위해 뿌리는것처럼 탁탁 손에 바르고는 티샷을 하셨다.

나 : 버엉~~(그냥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음엔 무슨짓을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홀이 지나면 그늘집이 나온다. 나는 그늘집 멘트를 하고 식사를 주문할건지 고객님께 물어봤다. 고객님들은 모두 자장면을 주문했다. 내가 그늘집에 연락하기 위해 무전기가 설치된 장소로 이동하려는 찰라

가제트 : 이봐 삼촌~주문하러갈꺼지. 가지마. 여기 그늘집 무전기 채널 몇번이야?

나 : 예? 2번쓰긴 하는데요. 왜요?

가제트 : 내가 주문해줄께.

그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뒷주머니에서 군용무전기 비슷한걸 꺼내더니 무전을 하는게 아닌가.

가제트 : 그늘집 나와라 오바~그늘집 주문받으세요.

그늘집 직원 : 예~ 말씀하세요!

나 : 헉 !

가제트 : 여기 자장면 5개~ 손님 4명, 캐디 삼촌꺼 하나~ 알았나 오바~?

나 : 크헉 !

그늘집 직원 : 근데 누구세요. 무전하시는 분.

가제트 : 손님이야~ 캐디삼촌 오비볼 찾으러가서 내가 대신 접수했다 오바~

그늘집 직원 : 아~네~~알겠습니다!

등에 땀나는 순간이였다. 하지만 나름 웃음은 나왔다. ㅋㅋㅋ 캐디생활 4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워터 해저드가 훤히 보이는 롱홀에 이르렀을 때다.

1 고객 : 얍 ! 나 볼점 건져줘! 하두 오비냈더니 볼이 모자르네. ㅋㅋㅋ

가제트 : 알았어. 내려가서 건져줄께.

나 : 그동안 고객님들이 구멍하나 달린 장대로 하나씩 걷어올리는 장면은 여러번 목격했다. 하지만 우리의 가제트는 뭔가 틀렸다. 똑같은 장대를 꺼내더니 골프 가방에서 나온건 다름아닌 양복걸때 사용하는 두툼한 옷걸이였다. 다만 틀린점은 옷걸이 양쪽에 모기장이 설치되있있다.

장대에 옷걸이를 장착한 후에 워터해저드에 넣고 몇번 휘졌고 장대를 들었다.

나 : 크헉!(공이 그물에 가득차서 나오는 것이였다)

고객 1 : 굉장해! 굉장해! 너의 발명품중엔 이게 젤루다 쓸모 있는거 같다. ㅋㅋㅋ

고객님 네 분과 나는 해저드 근처에서 볼을 담고 있을때 잠시 강한 바람이 불었다. 휘익~~

4번 고객님의 모자가 머리를 떠나 해저드로 다이빙 하고 말았다.

4 고객 : 아씨~내모자. 비싼건데~어~어~점점 멀어지네. 젠장

가제트 : 기다려봐~

하고는 카트로 달려가서 가방을 뒤적이고 있었다. 과연 이번엔 뭐가 나올것인가? 22단 장대? 아니면 설마 물에 들어가진 않겠지? 그리곤 물건 하나를 들고 오셨다.그건 다름아닌 베스를 잡을 때 쓰는 루어 낚시대였다. 루어를 달고 낚시대를 몇번 던지니깐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아닌 모자가 걸려 나왔다.

나 : 아니~골프 가방에 낚싯대는 왜 있어요? 설마~모자가 해저드에 떠내려갈까봐?

가제트 : 응. 혹시나 이런일이 있을까봐.

1,3, 4 고객, 나: 허걱~

정말 굉장한 고객님이셨다. 다른 고객님들도 도무지 가방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서 다들 모여서 가방을 열어봤다. 돗자리는 물론 동양화(고스톱 용), 서양화 등 없는 게 없었다.

나 : 동양화를 가리키며 이건 왜 갖고 다니세요?

가제트 : 응~숏홀에 가끔 팀 굉장히 밀렸을때 돗자리깔고 고스톱이나 치려고 ㅋㅋㅋ

고객 4 : 아니 이 구급통은 또 뭐야? 구급통 정도가 아닌데 수술도구도 있고

가제트 : 으응 혹시나 볼맞거나 카트 사고나면 여기서 급한일 치를지도 몰라서 ㅋㅋㅋ

1,3,4 고객 , 나 : 읍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뒷팀 도우미가 소리쳤다. 이봐요~ xxx씨! 돗자리 깔구 거기서 뭐해요~ 당장 안빼요~ 마샬 불러?

나 : 아~아뇨~ 지금 당장 뺄께요. ㅋㅋㅋ

황당한 손님이고 황당한 라운드였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