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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불륜, 죄짓고는 못사는 세상

불륜, 죄짓고는 못사는 세상

 


얼마전 친한 동료 캐디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녀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서 매번 겨울 휴가때마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가곤한다.
 
3년전 여름이었나?
 
그녀는 태국으로 현지 캐디의 실태를 보고 오겠다며 여행을 떠났다. 그녀가 태국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데 정말 세상이 넓고도 좁았던거였을까?
 
일명 캐디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진상으로 유명한 고객을 정면으로 보게 된것이었다.
 
그분 역시 어여쁜 여자분과 쇼핑중이셨다. 그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전혀 알아보시지 못하는거 같았다. 그분은 골프 매너와는 다르게 이상적인 남편같았다.

여인이 쇼핑하는 동안 짜증한번 내지 않고 자상하고 너그러운 눈빛으로 처다보고 있었다. 어떤 물건을 골라도 웃으면서 종업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냈다.
 
친절한 성격상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 했지만 너무 분위기가 좋아 본능을 억누르고 그저 먼발치에서 "참 보기 좋다~"라며 친구들끼리 말하며 돌아온적이 있었다.
 
3년후 여름. ㅋㅋㅋ
 
필드에서 그와 그녀가 또다시 마주치게 된것이었다.
 
워낙 까다롭고 캐디들에게 벌당 제조기로 유명하신 분이라 그다지 아는척 하지 않고 기본적인 인사만 드리고 플레이를 시작하였다
 
라운드 도중 문뜩 3년전 일이 생각났다. 왠지 그의 곁에 있던 여자분이 그분의 사모님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분에게 아주 조용히 살짝 말을 건냈다.
 
"고객님 제가 3년전에 태국 000에서 고객님을 봤어요. 사모님이랑 함께 오셨었나봐요? ^^"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속담처럼 그분은 갑자기 눈에 흰자와 검은자가 마구 마구 섞이며 주위를 살피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렇다 넘겨 짚은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태국 여행에 대해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역시나 그는 3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모든면에서 협조를 안했다.

그린에 담배를 물고 오는가 하면 골프장 전체가 모두 재털이로 여기고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함부로 버리셨다. 특히 자신의 볼이 없어지면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눈에 불을 키고 끝까지 볼을 찾는 등 경기 지연에 탁월한 재주를 지니고 계셨다. 참다 못한 그녀는 모두가 듣도록 이렇게 말했다.
 
"아~~한국에 여름도 이렇게 더운데 태국은 얼마나 더울까요?"
 
그러면서 살짝 그분의 눈을 처다보며 "태국은 정말 덥겠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반자 분들은 '당연히 태국이야 항상 덥지' 하면서 '별 심심한 이야기를 다한다'며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한분만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무절 못했다.
 
그분은 계속 헛기침을 하며 "아니! 왜 이 시점에서 태국 날씨 이야기를 하냐"며 성화를 부리셨다. 그리고 그는 그늘집으로 재빨리 달려가 강력분 50.6%+설탕 5.1%의 중량 60g짜리 빵을 들고 나오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언니야~~날이 덥고 혈당이 떨어지고 배고파서 그런말 하는거야?"
 
"자~~이거 먹으면 혈당이 좀 올라가서 힘이 좀 날꺼야~~자~~태국 이야기는 이제 그만~~!"
 
그 이후 그는 대한민국 매너 1등 골퍼로 변신하였다.(물론 그날만 그랬을꺼다 ㅍㅎㅎ)
 
흡연이 지정된 곳에서만 담배를 피우고 꽁초 역시 쓰레기통에 재깍 재깍 잘 버리시며 진행 협조 또한 그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해 주셨단다.
 
참 세상 넓고도 좁지요?
 
그러니깐 죄짓고는 못사는 세상인가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