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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밥 먹듯이 스코어 속인 비양심자의 최후

밥 먹듯이 스코어 속인 비양심자의 최후

 

내가 캐디일을 배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골퍼들의 스코어를 정확히 세는 것이었다.

일본 골퍼들은 절대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다. 더블 파를 하여도 정확히 기재하며 더블파 이상까지도 모두 기록을 한다.

이러한 점은 정말 칭찬해 줘야 한다. ^^

그러나 치열한 승부욕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캐디가 손님들의 스코어 카드에 더블파 이상을 적는다면 그날은 하루종일 골퍼에게 신입 취급을 받으며 미움을 당한다고 보면 된다.

때로는 스코어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해 혼나고 또 어느땐 너무 정확히 스코어를 기재했다고 꾸지람을 들을 때도 있다. -_-''

그중 제일 난감할때는 스코어를 속이는 골퍼를 만날때이다.

지난 여름이었다 .

매홀 동반자 몰래 디봇자리에서 몰래 공을 꺼내 놓구 치고, 은근히 스코어를 속이던 분이 있었다(A님).

그동안은 그렇게 골프를 쳐도 어느 누구하나 그분에게 터치하는 분이 없었나보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능숙하게 스코어를 속이셨다.

다른 동반자 두분은 알면서도 모르는척 그냥 넘어가려고 하였는데 그분과 처음치시는 김정확(가명 ) 님께서 매번 지적을 아끼지 않으셨다.

후반 6번째 홀.

우측엔 해저드 좌측엔 오비(OB).

A골퍼님의 볼이 훅이 나면서 좌측에 있는 소나무를 맞고 카트 도로 위를 통통 튀기며 질주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볼이 오비 라인쪽으로 내려가는 듯 하였다. 으...거긴 낭떠러지인데….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오비티가 없는 홀이었기에(하필 오비티가 없는 홀이었다 -_-) 나는 그분께 정중하게 말했다.

"고객님 볼이 도로를 맞고 오비 말뚝쪽으로 흘렀는데 혹시 위험할수도 있으니 잠정구를 치고 가셔야 겠습니다 "

그분은 절대 그럴리 없다고 말했지만 동반자 분들도 오비티가 없으니 일단 잠정구를 치라고 말했다.

결국 A님은 쓸데 없는 행위를 시킨다며 약간 짜증을 내며 다시 그자리에서 티샷을 날렸다.

그런데 잠정구 볼은 그만 해저드로 다이빙했다. ‘퐁당~’

세컨드 샷 지점에 가니 역시 내 눈은 이글아이였다. 볼이 아주 보기좋게 오비라인 바깥으로 벗어나 있었다.

나는 목숨을 걸고 비탈길을 내려가 그의 볼을 찾아주었다.(오비 난볼을 보여줘야 믿는 분이었기에-_-)

그분은 내게 어디서 다음 샷을 쳐야 하냐고 묻기에 나는 해저드에 빠진 지점 직후방에서(150야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치시라고 했는데 그분께서는 그린 근처에 볼을 휙 던져 놓더니 샌드웨지를 달라하셨다.

그리고 퍼팅을 하셨는데 볼이 한번에 홀을 찾아 들어갔다. 홀아웃을 하고 돈계산을 하는데 김정확님께서 A님께 물었다.

"뭐 하셨어요?”

그러자 그분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요? 저 보기했는데요”

다른분들의 인상을 보니 완전 근처에 돌멩이라도 하나 던질듯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왠만하면 화를 내지 않던 김정확님께서는 끌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요목 조목 따지셨다.

"아니 대체 왜 그러십니까? 티샷이 한번은 오비 나고 한번은 해저드로 들어갔는데 보기 했다는게 말이 됩니까? 아우~~나참 기가 막혀서”

그러자 A님이 반론을 하셨다.

“첫 티샷이 오비가 났지만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캐디가 잠정구를 치라 했다. 그래서 쳤다. 잠정구가 뭐냐? 원구가 살았을지, 죽었을지 잘 모를때 치는 볼이

잠정구 아니냐? 가서 보니 처음 볼이 죽어있었다. 그러니 잠정구는(해저드에 빠진 볼) 스코어에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다. 즉 4온에 원퍼팅이니 보기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정확님이 드디어 폭발했다. "당신의 말 대로 잠정구가 스코어에 반영이 안되어야 한다면 당신의 원구가 오비가 났으니 당신은 최소한 원구가 나간 오비 말뚝 지점에 드롭을 하고 쳐야 하지 않았냐? 두번째 볼이 해저드에 들어가 불쌍해서 그린옆에 두고 친것을 그냥 눈감아 줬더니 해도해도 너무하네!”

그러자 A님왈.

“그건 캐디에게 잘못이 있지 내 잘못이 아니다. 난 캐디에게 어디서 다음 샷을 쳐야 하냐고 물었더니 해저드 빠진 지점 옆에서 치라 해서 난 시키는 대로 했을뿐이다. 돈을 받으려거든 캐디에서 수금을 하도록 하라~”

아니 이런 억지가! 아! 억울해~~~(식은땀이 주르륵 주르륵)

분노를 가까스로 참고 있던 김정확님께서 결국 드라이버를 내 던지며 어디서 그딴식으로 골프를 배웠냐고 따지자 그분은 들은둥 마는둥 “나는 아무 잘못 없다”며 티샷을 날렸다.
내기는 거기에서 끝이났다.

동반자와 내가 김정확님을 말려 큰 싸움은 나지 않았지만 나머지 홀은 묵언수행하듯이 플레이를 마쳤다. 다시는 A와 같이 볼을 치지 않겠다면서 그들은 떠났다.

골프는 평생 칠 수있는 스포츠인데 A님은 순간적인 비양심으로 인하여 귀중한 동반자를 잃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