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최대 승자 박근혜, 최대 패자는 DJ

대선 최대 승자 박근혜, 최대 패자는 DJ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 외 정치인들의 손익 계산서는 어떤 모습일까.

대표적인 승자를 꼽으라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들 수 있다. 그는 이회창 후보의 ‘삼고초려’를 외면하고 끝까지 이명박 당선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당선자가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 내외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를 이끌 이명박 당선자에게 박 전 대표는 껄끄러운 경쟁자이다. 마치 노무현 정권의 정동영과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고 한 정치평론가는 말한다.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향후 본격화될 정치 새판 짜기에서 이 당선자의 입장 등 복잡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막판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 역시 승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연 그가 이 당선자의 득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종필 전 총리 역시 공로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인물들이라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하지만 대선 후에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김 전 총리의 당초 발언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계에서 물러선 이들의 역할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패자는 누구일까. 대선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대의 패자로 손꼽힌다.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의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해 사실상 막후 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초기에는 합당에 주력하다가 후반부에는 후보 단일화를 종용해왔다.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간 선거 막판에는 정동영 후보로의 실질적 단일화를 추구하며 안간힘을 다했다. 민주당 수뇌부의 이인제 후보 사퇴 선언을 유도하는가 하면 장남 김홍일 의원의 탈당과 정동영 후보 지지 선언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크게 패했다. 정 후보의 호남 투표율과 득표율은 이전 대선에 훨씬 못 미쳤다.

더욱이 대통합민주신당 개편 이후 들어설 새 지도부는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그 중심에 있다. 처음부터 정 후보를 도운 추미애 전 의원이나 선거 막판 지지를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노무현과 친노 세력의 손익 계산은 어떨까. 대통령 당선자의 출현에 따른 레임덕의 가속화로 노 대통령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해찬ㆍ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 친노 세력은 신당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끊임없이 독자 세력화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들이다. 이들은 이번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신당의 정 후보와 현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상 밖으로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 이회창 후보 진영에 가담한 이들은 대부분 패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는 평이다.

막판에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대선 후보를 사퇴한 그는 이 후보의 패배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 후보가 충남에서 적잖은 지지율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의는 과시한 셈이 됐다. 더욱이 자신의 지역 정당 기반에 이 후보의 보수 이념 정당 구상을 더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은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