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지나친 레슨은 금물
얼마전 어느 노부부 두 커플이 골프를 치러 오셨다. 한쌍의 노부부는 마치 원앙새처럼 도란 도란 잘맞아도 '하~하~호호~' 못맞아도 '하~하~호호~' 얼굴에 웃음이 끝이지 않았다. 반면에 다른 한쌍의 노부부는 말 한마디 없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그 이유인즉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에게 지나친 레슨을 하셨기 때문이다. 뭐 캐디인 내가 보기엔 오히려 할머니께서 더 잘 치시는거 같은데 할아버님은 입주위에 아밀라아제가 범람이 되도록 레슨을 하셨다. 결국 할머님은 1차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레슨은 고마운데 그냥 내가 알아서 칠께요" 그러나 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할아버님은 또다시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할멈, 더 왼쪽을 보구 서라니깐! 아니 좀더 좀더 왼쪽으로 돌아서…." "너무 왼쪽 보라구 한거 아녜요? 지금 이정도가 딱 맞을꺼 같은데" "어허~~할멈, 내 말을 들으라니깐. 그래 그래 좀더 왼쪽으로 돌아서" 할아버님께서 봐준 방향으로 할머니는 드라이버를 날리셨고 그 볼은 야속하게도 좌측 해저드로 '퐁당~' 해저드에 사는 큰 잉어가 해딩이나 하지 않고서는 그 볼은 영영 찾을수 없는 곳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순간 할머니는 아무 말씀없이 해저드 주위만 빙빙 맴돌았다.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나신거 같았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삐치신거 같은데 가서 좀 풀어주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냅둬~~냅두면 알아서 풀릴꺼야"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방치한채 유유히 본인의 볼에 집중하는 척 하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내려가셨다며 화를 식히기 위해 가방안에서 사탕 봉지를 여셨다. 일단 할머니는 다른 한쌍의 노부부에게 사탕을 나눠주시고 캐디에게도 사탕을 듬뿍 주셨다. 할아버지께는 당연히 사탕을 주는줄 알고 두 손을 내밀며 사탕받을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님을 한번 쳐다보시더니 힘차게 사탕 봉지를 꽉 묶어서 가방안으로 넣어버리셨다. "나는 사탕 안줄라우~~~" 할아버지는 사탕을 달라고 애원하였으나 할머니는 본척 만척 사탕을 가방속 깊은 곳으로 밀어넣었다. 할머니에게 1차 경고를 받았던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또다시 악수를 두었다. 초보자였던 할머니는 스코어를 잘 세지 못해 캐디에게 더블 보기를 보기라 말하셨다. 그러자 조용히 이야기하면 될 것을 할아버지가 또 발끈하시며 "아니야! 아니야! 아마 트리플 보기쯤 한거 같은데"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셨다. (으이구 할아버님 왜 이러셔요~~또 혼나시려구)" 할머니는 완전 삐치셔서 카트에 앉아 내게 하소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놈의 할아범! 나이들고 무능력 해져서 어디 나가서 기죽어 살까봐. 레슨 한번 잘한다고 맘에도 없는 칭찬 한번 해 줬더니. 그 말이 진짜인줄 알고 허고 헌날 아무나 보면 레슨 할라고 달겨드는구만" "낼 부턴 따땃한 밥 먹을 생각도 하지 마슈!!!" 그러게요 할아버님, 할머니께서 아무리 못쳐두 자꾸 잘한다 잘한다 이렇게 말하셔야지. 왜 자꾸 못한다 못한다 나무래시는 거예요. 낼 날도 춥다는데. 찬밥을 드실 할아버님을 상상해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칭찬해 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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