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존심이 뭐길래
"이건 사기야 사기! 나, 저 여자 고소할꺼야~"
어느 남성 골퍼의 눈물섞인 마지막 외침이다.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어느날 남자분과 여자분의 피 튀기는 내기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약속을 하고 오셨다.
모든 룰은 로컬룰을 적용시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만을 갖지 않고 잃은 돈은 절대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첫홀에 내게 전해주며 스코어를 칼처럼 적어달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나는 이미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상하여 말씀드렸다.
(남성골퍼를 보며) "고객님이 내기에서 지실텐데요.ㅋㅋㅋ 이곳은 레귤러티와 레이디티 차이가 엄청나거든요. 괜히 돈잃고 울고불고 하시지 말고 미리 핸디라도 좀 받는게 나을 듯 한데요"
충심에서 우러난 말이었지만 남자 고객님은 일언지하에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여자한테 핸디나 받고 못먹어도 GO!!"
그러나 우리 회사는 타 골프장과 달리 남자 티와 레이디티 차이가 어마 어마 한것. 많게는 120야드 이상 차이나는 홀도 있었다. ㅋㅋㅋ
남자 골퍼분에게는 매번 이러한 말을 외쳤다 .
"굿~~어어~~~아니~~~럭키! 럭키~~~ 오비 말뚝 맞고 나무 아래에 멈췄습니다. 혹은 어? 가봐야 할꺼 같습니다. 혹은 200야드 이상 남았습니다"
매번 세컨드샷으로 우드를 끼고 살아야 했던 그와는 달리 여자 골퍼에겐 이러한 말을 매번 외쳤다.
"굿샷~~~나이스 온. 굿샷~~~나이스 온"
남자 골퍼의 주머니에 있는 돈은 점점 여자분에게 가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남자골퍼에게 다가가 "고객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여자분께 핸디 좀 달라고 하세요"
그러자 우리의 남자분 "아냐~~아냐~~~난 사내 대장부야. 부끄럽게 여자한테 이제와서 무슨 핸디를…. 돈은 버려도 자존심은 안버려!! 좋았어. 이번홀은 감이 좀 올꺼 같아. 3년만에 백스핀 한번 먹여볼까나?"
백스핀 먹인다던 그의 샷은 생크로 이어지며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다음홀에 가서는 힘이 더들어갔는지 심한 헤드업으로 인해 페어웨이로 가도 시원찮을 볼이 레이디 티에 예쁘게 올려 놓은것.
"공아~~ 너 참 야속하구나. 뒷팀 갤러리가 벌써 와서 나의 샷을 지켜보구 있는데 꼭 레이디티 한가운데 떨어져야 했느냐?"
여기 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분은 우천시에 입는 치마를 남자분 손에 쥐어주며 "이거라도 입고 쳐!"라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냈다.
'아~~면팔려~~~시골에서 농사짓는 우리 엄마는 내가 여자한테 돈 잃고 댕긴다는거 알라나? 아~~~어무이 보고싶습니다.-_-'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7번홀에 도착.
자존심만 지키던 그가 드뎌 말문을 열었다.
"000야, 참고로 말하자면 나, 만원밖에 안남았다. 샷 할때 참고하면서 쳐. 분명 말하지만 나 만원밖에 안남았다.-_-"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승승장구하며 샷을 날렸다. 결과는 뻔했다. 마지막 남은 만원마저 여자분의 지갑으로 들어갔다.
결국 올인으로 빈털터리가 된 그는 마지막홀에서는 내기 없이 치기로 했다.
그런데 남자분 처음이자 마지막인 굿샷이 이제야 터진것이다.
"젠장! 집에 갈라니깐 갑자기 분발을 하고 난리 부르스를 쳐버리는 구만. 나 고소할꺼야. 이 골프장을 상대로(이유? 남자티와 레이디티 차이가 너무 많다는것) 또 여성 골퍼를 상대로(핸디 안주고 인정 사정 안봐주고 샷을 날렸다는 이유)고소를 할꺼야!! 아~~~돈버리고 마음 상하고 힘쓰고 스트레스 받고 완전 무모한 도전이었구만-_-"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함께 그의 눈에서는 비를 가장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객님 제가 뭐랬어요. 분명 경고드렸잖아요. 질꺼라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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