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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플레이를 보면 직업이 보인다

플레이를 보면 직업이 보인다

 


화창한 어느날에 쓰리빽(3-bags)을 받았다.
 
룰루~룰루~음흐흐...(이런날은 콧노래가 절로 나오져. ㅋㅋㅋ)
 
우리팀은 단체팀 1조였는데. 정말 초스피드로 빠른 쓰리빽이었다.
 
매 홀마다 앞팀을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내게 한 골퍼가(3분중 제일 까칠)물었다.
 
"언냐, 여기 있다보면 치는것만 봐두 직업을 아나? 음~~뭐랄까 직업별 특성이 있나?"
 
여기서 그냥 가만히 침묵을 지켰으면 좋았을 껄. 촐랑맞은 뇌가 벌써 입에게 오더(order)를 내렸다. 이놈의 입이 벌써 상하로 움직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네. 있지요(아니 입아 너 지금 무슨말을 하려고 그래?)"
 
골퍼 3분은 내 주위에 옹기 종기 모여 마치 한여름 밤에 귀신 이야기라도 들으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모여들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직업을 가지신 분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첫째: 변호사, 검사 등의 직업을 가진 골퍼.
 
이거 아주 머리 깨지게 하는 직업입니다. 어찌나 따지고 드시는지 오르막은 몇야드를 봤냐. 내리막은 몇야드 봤냐. 왜 이 홀이 슬라이스 홀이냐. 대체 이 홀은 왜 밀리는 것이냐 등 이것저것 냉정하게 물으며 대답은 대충 대충 했다간 절대 안됩니다. 반드시 6하 원칙에 입각하여 설명을 해야 합니다.
 
둘째: 교직에 있는 골퍼(이때 골퍼는 좀더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분들은 앞에 말씀드린 분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합니다.
 
10년 일한 캐디 언니한테도 이것 저것 기초부터 가르쳐주시려 합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럴땐 저렇게 해야한다. 멀리 있는 공부터 닦아줘야지? 이런식으로 매번 교육을 시키며 잠깐 짬이나서 쉬는 시간이 있으면 보충수업까지 시켜줍니다.-_-
 
또한 분쟁이 생길시(거리나 라인문제)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어떻게 해서든 캐디를 설득시키려합니다.
 
"푸하하~~~그렇구만~"
 
"그럼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데?"
 
오감자왈
 
으음 그쪽에 계신분들 대부분은 앉아서 하는 일은 잘하는데요. 매번 병원에서 앉아만 있어서 그런지 8번 척추를 다쳐서 그런지 도무지 운동 신경은 완전히 꽝(?) 인거 같아요.

아주 사람 미치고 폴짝 뛰게 만들죠. 잘 친다기 보다는 잘 굴리고 다니죠. 그리고 뭐 맨날 환자들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더니 여기와선 담배도 많이 피우시던데요.ㅋㅋㅋ.
 
그중 성형 외과 의사분을 만나면 좀 더 피곤하고 우울한 날인데요. 9홀 마치고 나면 앞 뒷팀 언니 얼굴 견적 다 뽑아서 저한테 제출을 하시면서 앞팀 언니는 얼굴에 판금 도색을 많이 해야겠다. 뒷팀 언니는 얼굴에 판금 도색 광택이 좀 필요하다.
 
우리팀 언니 얼굴은 완전 폐차 수준이다.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시집도 못가겠다 등등. 아주 견적 뽑다가 18홀을 다 보낸답니다. ㅋㅋㅋ
 
그러자 손님은 "그럼 언니는 어떤 직업을 가진 골퍼가 훌륭한 골퍼라 생각해?"
 
으음~~~저는 그냥 큰 사업가가 가장 좋습니다. 뭐랄까 '위험한 장사가 마진도 좋다'며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막 질러대고 골프볼 중에 명품으로 소문난 000볼도 OB나면 과감히 버리고 트리플보기, 더블파에도 기죽지 않습니다. 한홀에서 더블파가 나서 부도가 나도 다음 홀에 다시 재기 하려는 도전 정신. 한마디로 쿨~~~~한 분위기이죠.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뒷팀이(우리팀이랑 일행) 오셨다.
 
울팀 손님왈
 
"자~~~자 잠깐만 이리와서 직업별로 줄 좀 서봐. 교수는 여기 서고 의사는 저기에 서봐. 그리고 변호사 아님 검사 없나? 있으면 저기에 서 있어봐"
 
뒷팀은 봉변이라도 당한듯이 왜 줄을 서야 하냐며 물었다.
 
알고보니 내게 이러한 질문을 하신 분은 교직에 계신분이었다.
 
그분은 줄을 대충 세워 놓으며 훈계를 하셨다.
 
"너는 환자에만 신경쓰지 말고 니 스윙에 좀더 애정을 갖고 제대로 해 임마. 니 스윙에 병이들었는데 대체 왜 처방전을 안내리는거야? 언니들 힘들대잖아"
 
"그리고 너는 다른 골프장 가면 언니들한테 훈계좀 그만해. 나도 그만 할테니깐.ㅋㅋㅋ"
 
젠장. 당장 급사과를 하려고 파리처럼 손을 싹싹 빌려고 하였는데 손님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언니 말이 맞는거 같아. 나 가끔 회식때 술 마시러 가도 근처에 아가씨들이 있으면 훈계 및 설득을 하거든.
 
넌 왜 이 길을 택했냐? 꼭 그래야만 했느냐. 경제학적으로 따져서 어쩌구 저쩌구 등등. 어쩌면 나도 모르게 언제 어디서든 내 직업병이 나왔는지도 몰라. 하지만 다행이다. 언니가 말해줘서. 오늘은 언니에게 가르침이나 훈계 및 설득 안할께. 내가 교직에 있지만 오늘은 오히려 가르침을 받고 가네.ㅋㅋㅋ. 언니가 말한대로 몹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잘하면 되잖어 그치? ㅋㅋㅋ"
 
"네~~~아니~~~거시기~~~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럽잖아요. 제가 나쁜뜻으로 말한거는 아니고 요 고객님이 심심해 하셔서(급사과 중)…."
 
그러자 손님왈, "내가 오늘 이야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의사, 변호사, 검사 친구들한테 잘 타이를께. ^^ 그리고 나 역시 4주간의 조정기간을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할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