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신고식, 유쾌한 몰래카
화창한 어느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나이는 드셨지만 아직 익살스럽고 장난스런 회원님이 나를 지정하셨다. 앗싸~~~회원님과는 몇번 나가본터라 눈빛만 봐도 서로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 오늘은 인상 험악하게 생긴 한분을 데리고 오셨다. 나: 회원님과 친하신 분이십니까? 회원: 응. 어릴적 친구인데 골프 배운지 2주 됐어. 오늘 머리 올리는 날이야. 잘 부탁한다. 사실 내가 학창 시절에 저 녀석한테 맨날 구타 당하고 괴롭힘 당했거든. 지금은 참 친하긴 하지만 그땐 정말 악마같았어. 그래서 말인데 어렸을 적 복수를 오늘 하고 싶은데 도와줄꺼지~~~ 나: 허걱, 복수여? 어떻게 하실건데요~~때릴껀가요~~아님 공으로 맞출껀가요~~복수는 복수를 낳지요. 전 공범이 되는 건가요? 회원: 아냐, 저녀석이 요즘 골프에 푹~ 빠지긴 했는데 아직 룰을 잘 몰라. 시키는 거나 하는 말은 다 믿을 꺼야. 대충 감이와? 나: 아~~~살짝 감이 오는데요. ㅋㅋㅋ. 나중에 컴플레인 걸려고 하시면 무마시켜주기 입니다. 회원: 그야 당연하지. 너만 믿는다. 나: 걱정 마십시오. ㅋㅋㅋ 가시죠. 나: 안녕하십니까~~ 오늘 라운딩을 도와드릴 도우미 xxx입니다. 오늘 진행에 협조해주시고 손님이 왕이긴 하지만 제말은 곧 이곳 로컬룰, 법이 되오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회원: 그야 물론이지 김프로님. ㅋㅋㅋ 드디어 유쾌한 몰래카메라가 시작됐다.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로 나갔다. 험악씨의 볼은 도로 옆에 오비(OB)말목 아래 간신이 살아 있었다. 험악: 치려고 하는데 도로에 스탠스가 걸리는데 이건 어찌하지? 나: 도로에 스탠스가 걸리시면 드롭하시고 치시면 됩니다. 공 집으시고 도로 위쪽에 서신 다음 드롭하세요! 험악: 경사가 있어서 그런지 볼이 자꾸 굴러 내려오는데 어쩌지. 나: 좀더 위로 던져보세요! 험악: 어~~됐다. 공이 섰다. 도로에 스탠스도 안걸리고 참 고맙네~~ 회원: 엇! 이거 드롭한 공이 오비(OB)말뚝 밖에 있는거 아냐 지금? 김~프~로~~ 나: 아~이런 이런. 드롭을 해서 공이 멈추긴 했으나 오비말뚝 선상을 넘어 버리셨네요. 벌타 1타 먹습니다. 이제 그냥 도로옆에 좋은 자리에 놓고 치세요! 험악: 아니~아니~ 그런게 어딨어. 드롭을 하래서 했는데 구제는 커녕 벌타야? 나: 룰 2조 3항에 보시면 '오비 선상을 넘어선 공은 어떤 구제도 받지 못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유감입니다. 그렇다. 있지도 않는 룰과 무법자의 횡포는 시작된 것이다.ㅋㅋㅋ 후반라인에 마지막 홀. 험한 여정이 끝나고 복수의 마무리를 장식할 시간이 다가왔다. 험악씨가 티샷을 했다. 챙~~빨랫줄 처럼 뻗어가는 타구. '오잘공(오늘 제일 잘친공 )'이였다. 근데 공떨어지는 지점에 희미한 움직임이 보였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뭔가 움직였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 티샷을 끝내고 세컨지점으로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아니 이건. 다람쥐가 티샷에 맞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회원: 어? 이거 다람쥐가 맞았나 본데. 어우 불쌍해 죽겠네. 죄없는 다람쥐를…. 나쁜자식. 김프로~ 이거 어떻게? 나: 켁 (뭘 어떻게 해요. 그냥 디봇 가방에 담아 야죠. 이걸 또 작품을 만들어. 아~~ 어렵다) "앗! 이녀석은(기웃~기웃~)" 회원: 왜~왜~ 아는 녀석인가? ㅋㅋㅋ 나: 네~ 이녀석은 저희 골프장 자산 213호에 해당하는 식인 다람쥐입니다. 등에 밤색줄 3줄, 머리에 베이지색 반점. 꼭 맞습니다. 회원: 아~~그럼 이거 굉장히 비싸겠네. 험악: 뭐~~뭔소리야! 나: 당연하죠. 이넘 이거 이 골짜기에선 산삼 다음으로 비싸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보게 될줄이야. 옆에 다른 고객들은 다람쥐가 공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도 첨보고 기상천외한 말도 들으니 옆에서 배꼽 빠지게 웃고 있었다. 회원: 너 어렸을때 나쁜짓만 하더니 결국 벌받았다. 너 이젠 큰일 났다! 험악: 아씨~ 장난치지마. 김프로 장난이지. 너희 오늘 수상해 뭔가 짠거지? 그렇지? 나: ㅋㅋㅋ 회원님 저 이제 못하겠습니다. 그런말 한 나도 내 자신의 재치에 너무 웃겨서 주어진 미션은 그만 막을 내리게 됐다. 회원님은 험악씨에게 그동안의 몰래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따신 돈도 다 돌려주시며 함께 웃었다. 또한 지금처럼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며 따스하게 포옹도 하셨다. 보고 있으니 참 부러운 친구들이었다. 험악님: 김프로씨! 오늘 너무했어. ㅋㅋㅋ. 나 완전 속았잖아~~그럼 룰도 다 뻥이였어? 나: 죄~송합니다~~회원님이 하도 간곡히 부탁하셔서…. 험악님: 참~ 나도 복수해줄 친구 하나 있는데. 나랑 2주전에 같이 골프 배웠거든. 그넘 한번 데려오면 오늘 내가 당한 것처럼 똑같이 해줄수 있지? 나: 뜨악~~~험악님보다 더 험악하다고요. ㅋㅋㅋ. 음~~~그럼 좀더 철저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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