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로, 매너-실력 모두 아마추어
젊은 남자분은 나오시자 마자 이런 비에 골프 치면 샷이 잘 안되고 스윙이 망가진다면서(사실 비라고 표현하기도 좀 부끄러운 비의 양이었다) 취소하면 안되냐고 내게 앙탈을 부렸다. 하지만 내가 뭐 그의 엄마도 아니고 치라 마라 명령을 할 입장이 아니었기에 회사의 룰에 따라 티잉그라운드로 이동해 티샷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라운드를 하기로 결정되자 젊은 프로님은 이렇게 골프 치기 싫은 날일수록 내기를 해야 긴장감을 느낀다며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 핸디를 조금씩 나눠주기 시작한후 더블 보기 이상은 다음홀에 무조껀 배판이라 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기에 4분 모두 아주 잘 치시는 분인가 보다 하고 잠시 착각에 빠져있었다. 프로님이라 불리우는 젊은 남자분이 먼저 티샷을 하였다 . 화려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그럭 저럭 200미터 조금 넘게 티샷을 한거 같았고 다른 3분은 골프를 치는게 아니고 공과 싸우기에 바쁘신 분들이었다. 첫홀부터 페어웨이가 아닌 내 카트를 향해 힘차게 날라오는 공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 몸 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을 단단히 하였다. 그린에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더블파를 하신 3분. 프로님은 3분에게 돈을 걷기 시작하였다. 다음홀은 당연히 배판(사실 알고보니 3분은 본인의 스코어도 잘 못세는 분들이었다) 프로님의 공은 슈퍼 대마왕 울트라 디봇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 다른분들이 또 공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때 프로님은 클럽으로 슬쩍 페어웨이로 공을 강제로 끌어다 놓구 샷을 하셨다. 프로라는 사람이 아마추어 골퍼들을 상대로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지는 못할 망정 골프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행동을 서슴지 않게 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도 양에 차지 않는 듯 상대방의 스코어도 조작했다. 분명 내가 스코어를 세어보았을때 초보자 A님은 파4에서 4온에 3퍼팅을 하셨는데 프로님은 무조껀 더블파라며 돈을 또 챙겼다. 초보자 세분은 아무 의심없이 프로님이 달라는대로 지갑에서 마구 마구 돈을 꺼내 주었다. 가만히 있어야 했지만 불의를 보면 못참는 나의 본능이 또다시 꿈틀거렸다. 나는 프로님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조심스럽게 "저기~~ 프로님~~제가 보기엔 저기 저분 4온에 3퍼팅으로 트리플 보기를 하신거 같은데요?"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자 프로님 왈 "언니, 고춧가루 뿌리지 말고 걍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 스코어는 내가 셀껍니다" 정말로 못된 프로님이었다. 초보 3분모두 본인의 스코어와 룰을 모르는 약점을 이용해 계속 본인의 스코어는 한타씩 줄여서 말하고 다른 동반자의 스코어는 한타씩 늘려서 부르는 것이었다. 정말 저런분이 프로님 맞을까 싶었다. 레슨이라고 하는척 하긴 하는데 누구나 다 아는 레슨들 뿐이었다. "지금 헤드업을 하고 계시거든요. 자 공을 끝까지 좀더 오래 보세요. 허리 회전과 체중 이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프로님 몰래 프로님의 진짜 스코어를 혼자 적어보았다. 93타였다. 그런데 왜 프로님이 직접 기록한 스코어 카드에는 81타로 적어져 있을까? 어린 아이가 어른의 나쁜 행동을 따라하듯이 초보 골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이기에 프로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오늘 못된 프로님께서 나쁜 골프 매너만 잔뜩 보여주고 가셔서 그 모습을 따라하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 프로님!(정말 프로님 맞는지 의심 많이 감 -_-) 프로님은 골프를 하는게 아니구 골프 비슷~한 운동을 하시는군요 (하지만 차마 이말은 못했넹 ㅋㅋㅋ) 그가 첫홀에 말씀한대로 정말 보슬비 때문에 샷이 망가져서 였을까? 그분에게 골프를 배우는 천진 난만한 초보골퍼분들이 불쌍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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