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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테크

증여 타이밍

[김예나의 세테크] 증여 타이밍

자산 불려서 나중에 증여하는 것보다 빨리 증여해 자녀가 불리는 게 유리

 

1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50대 후반의 A씨. 올 초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져 온 가족이 긴장했다. 몸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증여와 상속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아무 준비 없이 있다가는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증여를 하려니 그 부담도 만만치 않아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은 같다. 그러나 상속과 증여는 과세 방법과 공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확정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A씨의 경우 증여가 유리하다. 그것도 서둘러서. 증여는 10년 단위로 합산되기 때문이다. 상속 개시 전 10년 내에 증여한 금액은 모두 상속재산으로 포함돼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서둘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행 세법상 30억원이 넘는 재산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100억원대의 자산가인 A씨가 자산을 더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자산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증여하면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우선 성년인 아들에게 10억원을 증여한 경우다. 성년 자녀는 10년간 3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15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성년인 A씨의 아들이 내야 할 증여세 대상은 3000만원을 공제한 9억7000만원이다. 여기에 증여 발생 시점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면 10%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면 2억80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실질적으로 아들이 받게 되는 돈은 7억9100만원이다. 이 돈을 연 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해 10년간 굴린다면 아들은 12억900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증여를 하지 않고 10년이 지난 뒤 A씨가 사망해 상속이 발생한 경우는 어떨까. 상속은 사망한 사람의 자산을 합산해 계산하게 된다. 상속세의 경우 상속 자산 전체에 대해 누진세율(10~50%)이 적용되고, 30억원이 넘는 재산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A씨의 경우 자산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여러 가지 상속 공제를 감안해도 50%의 세율이 적용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여하지 않았던 10억원 부분만 떼어내 생각하면 10년 동안 불린 돈의 절반인 8억1500만원만 아들에게 상속된다.

증여를 하면 당장 내야 할 세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계획을 잘 세워 증여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으로 자녀에게 돌아가는 몫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명한 절세 방법일 것이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