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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장소식

여기가 바로 골퍼의 ‘유토피아’

여기가 바로 골퍼의 ‘유토피아’

GOLF|세계 100대 명코스 ① 베스트 코스의 조건

 

이 세상 최고의 코스에서 라운드 해 보는 건 모든 골퍼의 꿈이다. 세계 100대 코스라면 어떨까? 앞으로 4회에 걸쳐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코스들을 소개한다. 만약 베스트 코스 근처(자동차로 갈 수 있는)에 가게 된다면 라운드 할 방법을 반드시 찾을 일이다. 당신이 진정한 골퍼라면 말이다.

 

전 세계에는 3만2000개가 넘는 골프 코스가 있다. 국가별 면적을 골프장 수에 비례하도록 그린 세계 지도.



전 세계에 모두 몇 개의 골프 코스가 있을까? <골프 다이제스트>와 미국골프재단(NGF)은 약 3만2000개로 추산한다. 그 절반인 1만6000개는 미국에 있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2741개, 일본은 2440개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281개다.
전 세계 골프 코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이지만 2006년에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골프 코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코스 공급이 급증한 데 비해 신규 골퍼의 유입이 미미한 탓이다. 여기엔 미국인의 여가 활동이 필드에서 5~6시간을 보내는 골프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경향이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와 옛 사회주의권에서는 신규 코스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새 코스가 급증세다.

중국의 골프 코스 수는 2006년 말까지만 해도 310개였으나, 현재는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농지를 훼손하면서 골프장을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2004년 1월 ‘신규 골프장 건설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나 하듯 지방 곳곳에서 새로운 코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선전(深 )에 있는 미션힐스. 여기엔 12개의 코스 216홀이 생겼다. 미션힐스는 그중 10개 코스를 잭 니클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아니카 소렌스탐 등 골프계의 유명 선수와 명사가 설계했다고 자랑한다. 미션힐스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장’으로 등재됐다.

골프장에는 테니스 코트도 딸려 있는데, 모두 50개나 된다. 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중국인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산둥(山東)성 룽코우(龍口)시의 난샨(南山)국제골프장은 미션힐스보다 9홀 많은 225홀 코스로 ‘세계 최대 코스’란 타이틀을 빼앗았다. 그렇다면 미션힐스는 두 손 들었을까?

‘천만에’라고 맞받아치듯 미션힐스는 하이난(海南)에 36개 코스 360홀을 만들고 있다. 이전까지 공산주의 치하에 있던 동유럽에서도 골프장 건설이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선 신흥 부유층의 수요에 따른 코스 신설이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1100만 인구의 체코는 최근 2년 사이 코스가 60개에서 80여 개로 늘어났다.

- 100대 코스 선정 기준 = 전 세계 3만2000개가 넘는 골프 코스 가운데 어떤 코스가 좋고 또 어떤 코스가 떨어질까? 명코스를 평가하는 기준은 뭘까? <골프 다이제스트>가 코스를 평가하는 7가지 관점은 다음과 같다. 샷 가치(위험과 보상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가), 난이도(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가 백티에서 플레이 할 때 얼마나 어려운가), 디자인의 다양성, 심미성, 기억성, 코스 관리, 분위기(전체 느낌과 전통적인 게임의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나)가 그것이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잘한 샷은 보상을 주고 엉망인 샷은 벌을 주는 공정함이 있는 곳, 그러면서 무작정 쉽지만은 않은 곳, 한 번 돌아봐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고 주변과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 그린과 페어웨이 잔디 관리가 뛰어나고 골프에 대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좋은 코스다.

이것도 어렵다면 한마디로 말해 ‘한 번 쳐도 다시 가보고 싶고, 자주 가서 쳐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좋은 코스를 보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그 때문에 패널이라 불리는 코스 전문가 집단이 세계의 명코스들을 평가하고 채점한다. <골프 다이제스트>는 800명의 스크래치 실력의 패널과 해외의 비공식 패널, 전 세계 22개국 자매사들이 평가한 베스트 코스를 기준으로 ‘미국의 100대 코스’와 ‘미국을 제외한 100대 코스’를 선정한다.

다수에 의한 평균치를 찾는 평가다. 또 다른 골프 전문지 <골프 매거진>은 50여 명의 극소수 코스 전문가들(이들은 세계 100대 코스 중 절반 이상을 가봤다)이 미국과 전 세계의 코스를 통틀어 ‘세계 100대 코스’를 발표한다(클럽 나인브릿지의 김운용 대표가 이 패널에 올해 새로 위촉됐다). 소수 전문가에 의한 평가다.

필자는 세계 100대 코스가 전 세계 코스 수에 비례해서 선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절반 코스를 가진 미국에서 50개의 베스트 코스를 뽑고, 그 밖의 지역에서 50개 코스를 나눠 선정했다. 미국 50대 코스와 그 밖의 지역 50대 코스는 각각 <골프 다이제스트>의 ‘미국 100대 코스’와 ‘미국을 제외한 100대 코스’에서 상위 50개로 택했다.

이렇게 구성한 세계 100대 코스는 <골프 매거진>의 ‘세계 100대 코스’와 약 80% 일치한다. 두 리스트는 상위권에서는 비슷하다가 하위권으로 내려가면서 달라진다. 다음 호에선 미국 지역 베스트 코스를 살펴보는 데 이어 유럽, 아시아 등 기타 지역 순으로 명문 코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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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 속에 펼쳐진 북아일랜드의 로열 카운티다운 코스(9번 홀)



- 베스트 코스의 특징 = <골프 다이제스트>는 미국의 베스트 50 코스가 파인밸리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US오픈을 여러 번 치른 시네콕 힐스, 매년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사이프레스 포인트, 오크몬트, 페블비치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이들 코스는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골프 클럽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메이저 골프대회도 수차례 개최했다. 미국 이외의 베스트 50 코스를 보면 북아일랜드의 로열 카운티다운이 최고 코스로 꼽혔다. 1889년에 올드 톰 모리스가 만든, 모운 산 밑에 아늑하게 놓인 아일랜드의 링크스 코스다. 그 뒤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가 있다.

이들 50개 코스 중에는 스코틀랜드가 12개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아일랜드가 8개로 그 뒤를 이었다. 잉글랜드가 7개, 웨일스는 1개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모두 28개를 차지한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한 개씩 보유하고 있다. 유럽을 제외하면 호주와 캐나다가 각각 4개, 남아프라카공화국과 일본이 각각 3개, 뉴질랜드 2개, 멕시코와 도미니카, 버뮤다, 한국이 당당하게 1개(클럽 나인브릿지)를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 코스로 선정된 곳들은 다른 코스가 모방할 수 없는 개성을 가졌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보인다. 선정할 때는 전문가들이 여러 기준으로 뽑았지만, 뽑고 보니 공통점이 있다. 첫째,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성’과 ‘대표성’이다. 페블비치하면 몬터레이 해안을 따라 흐르는 절벽이 떠오른다.

오거스타 내셔널이라면 소나무들이 우거진 속에 흰 모래와 녹색 잔디의 현란하고 다채로운 코스가 생각난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광활한 벌판과 스윌컨 다리와 로드홀 벙커가 있다. 이런 고유한 이미지로 베스트 코스는 다른 코스들에 모델이 되고 따르고 싶은 모범으로 작용한다.

베스트 코스를 가봐야 하는 건 이들이 ‘원조’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베스트 코스는 전통을 가진다. 오래됐다고 베스트 코스가 아니다. 오래됐으면서 세월과 자연에 의해 다듬어져 온 코스가 베스트 코스다. 오래돼효용가치가 없어지면 다른 용도로 없어지지만 오래 남는 것은 골퍼들 마음의 안식처로 남아있기 때문에 항상 다시 가 봐도 새롭고 도전 의식이 생기게 된다.

많은 현대의 코스들이 100여 년 전의 코스를 재해석하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신설되는 건 전통성 때문이다. 또한 베스트 코스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골프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10년 미만의 신설 코스이면서 베스트에 드는 코스들이 이에 해당한다. 톰 도크가 설계해 2002년 개장한 뉴질랜드의 케이프 키드내퍼스는 미국 이외 코스 10위에 올랐다.

호크스베이의 계곡 사이를 따라 펼쳐진 홀들은 마치 거인의 초록색 다섯 손가락 같다. 페어웨이 옆으로 볼이 샌다면 그건 단순한 러프가 아니라, 100m 아래 천애의 계곡이나 태평양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런 곳에 천연덕스럽게 코스가 앉혀져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면서 골프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코스는 변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거스타 내셔널이나 파인밸리도 코스를 늘리거나 벙커를 끊임없이 고쳐나간다. 코스 설계가이자 전문 기자인 론 휘튼은 지난 2007년 <골프 다이제스트>의 베스트 코스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어떤 코스도 완벽을 향한 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코스는 메이저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혁신하며 어떤 코스는 연한이 된 관개 및 배수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어떤 곳은 세월이 지나면서 바뀐 원래의 설계와 명성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이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발전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세계 100대 코스에서 라운드 하려면

베스트 코스에서 라운드 할 수 있을까? 전 세계 100대 코스에서 라운드 하는 건 일단 매우 어렵다는 걸 알고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라운드 했다면 당신의 골프 세상이 달라진다. 일단 그로 인해 당신은 골프 친구들에게 평생 자랑할 거리가 하나 생기는 것이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가끔씩 신경전으로까지 비화하는 구력 논쟁에서 당신은 한 수 위를 달릴 수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당신의 탁월함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계기도 된다. 그러니 이런 가치를 생각한다면 베스트 코스에서의 라운드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 일이다. 만약 유럽으로 간다면 핸디캡 증명서를 꼭 챙겨야 한다. 대한골프협회(KGA)에 문의해 미리 만들어두라. 어떤 코스는 당신이 라운드 할 실력이 되는지를 최종 확인하기도 한다.

리조트 코스라면 = 페블비치를 예로 들어보자. 비싸기는 하지만 골프 라운드가 포함된 숙박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몬터레이 해안을 향한 7번 홀 그린으로 샷을 날린다고 생각하면 비용이 그리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도 마찬가지다. 코스에 면한 호텔에서 부킹이 포함된 투숙을 물어보라. 일본 가와나 호텔 코스에선 4만 엔 정도의 숙박료를 지불하면 퍼블릭과 멤버십 모두 라운드 할 수 있다.

이처럼 베스트 코스가 리조트에 속해 있다면 숙박이 동반되는 경우 라운드 하기가 쉽다. 코스 옆 리조트에서 투숙하면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명코스가 주는 느낌과 숨결을 바로 옆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달랑 라운드만 하고 오면 느끼지 못하는 코스의 환경까지 경험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폐쇄적인 멤버십 코스라면 = 회원 추천을 받아야 한다. 출장길에 혹시 가려는 골프장 회원과 연결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2년마다 세계클럽챔피언십(WCC)을 개최하는 제주도 클럽 나인브릿지의 회원들은 해외에 나갈 때 간혹 해외 100대 명코스에서의 라운드 기회를 잡곤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골프 코스 간에 우호 관계로 연계돼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코스 주변인을 활용하라 = 당신이 방문하는 코스 근처의 유력 인사, 예컨대 경찰서장이나 혹은 명망가를 소개받는다면 그를 통해 라운드가 가능한지 타진해 보라. 물론 당신에게 그 코스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골프에의 열정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정중하게 부탁하는 편지를 쓰라 = 정말로 가보고 싶은데 아는 회원이나 유력 인사마저도 없다면 코스의 지배인이나 헤드 프로에게 편지를 쓰라. 전화는 가벼워 보이고 사무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때 당신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 해당 코스에 대한 찬사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또 골프장에 ‘자선 라운드’ 제도가 있거나 ‘경매 라운드’ 등의 이벤트가 있는지를 물어보라. 시즌이 아닐 때나 주중일 경우 라운드 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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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영 <골프 다이제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