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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부정 뒤치다꺼리 애꿎은 지자체 허리 휜다

선거 부정 뒤치다꺼리 애꿎은 지자체 허리 휜다

4·25 재·보선 비용 200억원

 

전국에서 가난한 자치단체로 손꼽히는 경북 봉화군은 최근 생돈 7억5100만원을 마련하느라 진을 뺐다. 25일 치러질 군수 재선거 비용 때문이다. 이 돈은 지방세 등 봉화군의 올해 전체 수입 116억원의 6.5%나 차지한다.

지난해 5월 당선됐던 전 군수는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게 적발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봉화군은 처음엔 돈이 없어 선거비용을 댈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내지 않으면 고발당한다"는 선관위의 으름장에 눌려 결국 지난달에 마감일을 일주일이나 넘겨서 돈을 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재.보궐선거 비용은 국고에서, 단체장.지방의원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봉화군 관계자는 "이 돈이면 마을에 30m짜리 다리를 놓거나, 복지시설을 더 지을 수 있는데 주민들이 후보를 잘못 뽑아 결국 피해를 본 꼴"이라고 말했다. 인구 3만5000여 명의 봉화군민들은 재선거를 위해 1인당 2만1400원 정도의 세금을 날린 셈이다.

매년 재선거가 되풀이되면서 가뜩이나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지자체들이 선거비용을 마련하느라 취약한 살림이 더욱 축나고, 그만큼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도 줄게 된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당선 무효로 재.보궐선거가 되풀이될수록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코스트(비용)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서 "이 사슬을 끊으려면 유권자들이 깨끗한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 모두 세금으로 충당=4.25 재.보궐선거에서는 국회의원 3명, 기초단체장(군수+지방도시 시장) 6명, 광역의원(시.도 의원) 9명, 기초의원(구.군 의원) 38명 등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56명을 뽑는다. 이 중 전 당선자가 선거범죄로 당선 무효가 돼 치러지는 재선거는 50건이다. 그 비용도 엄청나다. 보통 기초단체장 선거비용은 10억원대이고, 기초의원 선거비용도 평균 1억원을 넘는다. 전국 55개 선거구를 따지면 선거비용만 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다.

◆ "주민들이 후보 잘 뽑아야"=불법 당선자의 책임이 없다 보니 가족끼리 후보를 물려받아 당선되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2002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남 화순군의 임모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되자 2004년에 실시된 재선거에는 부인이 출마해 당선됐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여전히 지방선거에 무관심하다. 역대 재.보선 투표율은 20~30% 선에 머문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의 평균 투표율은 24.8%였다. 같은 해 10월 25일 투표 땐 평균 34.2%였으며 고양시 기초의원 선거는 12.4%에 불과했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은 "범법행위로 당선무효가 된 사람이 선거 비용을 내도록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대구.창원=송의호.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