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엄마 `자원 봉사 고민`
새학기 녹색어머니회·급식위원 등 10여 개
직장 여성은 전업 주부 눈치에 찜찜
새 학기 들어 초등학생의 학부모들이 고민에 빠졌다. 각종 학부모 봉사 조직에 참여할지를 놓고서다. 학부모 봉사 조직은 형식적으론 '자원 봉사'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려는 사람은 적다. 그래서 반별로 인원을 할당하고 있는 게 대부분 학교의 실정이다. ◆ 필요 인원 많은데 하려는 학부모 적어=서울 K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할당된 '회'는 모두 여섯 가지다. 한 반 학생 35명 중 절반 정도의 어머니가 한 가지씩 맡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하려는 엄마는 많지 않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요즘엔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이 많아 봉사 활동에 참여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할당된 인원 수는 많은데 채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39.서울 강동구)씨는 아이의 담임교사로부터 "녹색어머니회 좀 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가입했다. 그는 "개인 사정상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선생님이 부탁해 거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업 주부들에게 일이 몰리다 보니 '직장에 다니는 엄마(직장맘)'와 '전업 주부 엄마(전업맘)' 사이엔 미묘한 갈등도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양모(35.여.고양시 일산구)씨는 지난해 어머니회.녹색어머니회.예절실 명예교사 등 세 가지 일을 맡았다. 많을 땐 한 달에 열흘 이상을 학교에 나갈 정도다. 그는 "직장맘들은 직장 일을 내세워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외면한다"며 "직장 맘도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참여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직장 여성 이모(38)씨는 "봉사 활동 하는 다른 엄마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 희생만 강요 말고 권한도 줘야=미국 학부모들은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보조교사 역할부터 기금 모금, 각종 행사 준비, 도서실.컴퓨터실 정리 등이 학부모의 봉사로 이뤄진다. 교사와 부모의 협력체인 사친회(Parent Teacher Association.PTA)가 학교마다 구성돼 이를 주관한다. 미국의 경우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봉사만 있고 권한은 없는 우리나라 학부모 조직과는 다르다. 한국교원대 김도기(교육학) 교수는 "미국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식이 볼모라서' '학교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며 "학부모 조직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많은 학부모 조직의 통폐합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직장 여성이 늘고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학부모 조직은 변한 게 없어 할당제 등 파행적 운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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