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민수는 왜 인기있을까

죄민수는 왜 인기있을까

 

죄민수.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최민수 성대 모사가 주 무기인 줄 알았다. 웬걸. 목소리는커녕 얼굴 한 구석도 최민수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없었다. 2007년의 개그 신에서 죄민수를 빼놓으면 당최 얘기가 되질 않는다. 인기 개그맨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유행어(정확하다. 유재석이 유행어 없이 떴다지만 그는 개그맨일 때에는 최정상급이 아니었다)도 그가 출연하는 MBC TV <개그야>의 ‘최국의 별을 쏘다’에서 쏟아지고 있다. ‘MC계의 수뤠기(‘쓰레기’라고 발음해선 안된다)’‘피스(가슴을 두번 친 손으로 입술을 만진 뒤)’에서‘아무 이유 없어로 마무리되는 유행어 퍼레이드에 전국이 폭소를 터뜨린다. 잘생긴 것도. 대사의 위트가 빛나는 것도 아니다. 설정이 유독 독특한 것도 아니지만 연인 역으로 등장하는 개그우먼 양희성의‘빠랄레 빠랄레’까지 재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정신없이 웃다가 잠시 생각을 해 보면 이 ‘별을 쏘다’는 이 시대의 인기인이나 인기 품목들을 겨냥하고 있는 코미디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죄민수는 이들을 향해 ‘너는 무엇 때문에 떴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가차없이 진단을 내린다. ‘아무 이유 없어’과연 인기의 비밀은 무엇인가. 옛날에도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요즘은 더욱 대답하기 힘들어졌다.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실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어느새 깜짝 스타가 만들어지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싸늘하게 잊혀지는 게 다반사다. 연예인이건. 정치인이건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대의 인기 척도가 되어 버린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또한 이미 장난과 조작으로 얼룩진지 오래다. 수백명이 마우스 버튼을 몇차례씩만 누르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생일을 맞은 동방신기 멤버들은 물론이고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신창원이 몇몇 네티즌들의 장난에 의해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하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대체 저들은 왜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참 궁색해진다. 도자기녀며 토끼녀. 수없이 만들어지는 인터넷 스타들 중에서 진짜 스타는 몇이나 될까. 하루 종일 뜨는 인터넷의 ‘많이 본 기사’ 리스트에서 상위권에 오른 뉴스들은 무슨 선별 기준에 의해 높이 랭크된 것일까. 결국 죄민수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인기에는 ‘아무 이유 없어 ’가 주는 호쾌함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누군가 ‘너는 왜 기자랍시고 밥을 먹고 있느냐’고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죄민수의 일갈을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