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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나의 진상퍼레이드는 언제까지?

나의 진상퍼레이드는 언제까지?

 

빨래 말리기 좋은 날씨다.

요즘 쓰리 빽(3-Bags)을 세 번 연속 나갔다. 정말 죽여주는 행운이다. 이렇게 쓰리 빽만 나가다보니 드뎌 내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진상(?) 퍼레이드가 시작된거다.

오랫만에 눈두덩이에 펄도 몇 방 쏴주고 입술엔 돼지 기름을 몇 방울 (립글로스) 찍어 발랐다.

거의 신부화장에 가까운 놀라운 화장솜씨다. 늘 크로키같던 그림을 얼굴에 그리다가 오늘은 정밀묘사 한 번 해줬다. 아니. 데생에 가까운 솜씨이다. 켁켁켁.

룰루랄라. 티 오프 시간보다 조금 일찍와서 디봇도(코스에 파인 잔디에 모래를 메꾸는 일) 다녀왔다. 왠지 기분이 좋다. 예감이 좋다.

그러나…(ㅡ.ㅡ). 드뎌 터졌다. 꽃가방 풀셋트 우드쟁이 여학생(?) 고객들이다. 빨강 노랑 주황 분홍…. 누가 봐도 여왕님 4빽(4-Bags)이다.

뽕샷(거리는 안 나가고 뽕 뜨기만 하는 샷)과 쌕쌕이(볼이 뜨지 않고 잔디 사이를 쉑쉑~ 하면서 가는 일명 뱀샷)의 연발이다. 진행이 매우 느렸다. 현란하고 화려한 나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담날(투 라운드 36홀 하는 날). 첫번째 라운드. 빽이 엄청 무거운 4빽. 내가 싫어 하는 △△△△△사의 풀셋트 만땅이다. 백과 클럽을 보아하니 젊은피임에 틀림없다.

일명 영보이. 켁켁. 고객이 나오셨다. 역시 젊은 분들이다. 프로인가 보다. 앞팀 언니가 한마디 한다.

“프로님이시다. 잘 모셔랑~.”

헉 일단 쫄았다(혹시 거리 실수 할까봐). 정확한 거리를 불러주기 위해 눈이 충혈되도록 거리말뚝을 보고 또 봤다. 허나 프로는 맞는데 후루꾸 프로(실내연습장 프로)였다. 전반에만 48개 쳤다. 이것도 내가 몇 타는 사정봐준거다.(-_-)
프로님이 한마디 구질구질한 변명을 내게 애써 하신다.

“나 어제 술먹었어.”

불현듯. 써든니 1년전 어떤 프로가 생각이 났다. 그 프로가 어떤 초등학생을 데리구 레슨하러 왔었다. 그런데 그때 그 프로는 초등학생 여자애보다 못쳤다. 글구 그때도 내게 그랬다.

“나 어제 밤새 술먹었어….”

1년전의 그 프로와 오늘의 프로는 동일인이었다. 그 때는 현란한 옷차림과 모자를 쓰고 와서 내가 잠시 몰라봤다. 1년전에도 내 기억에 90개 가까이 쳤을 게다. 오늘 프로님이 내게 또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70타 이상 쳐 본적 없는데 오늘 왜케 볼이 안맞는지 몰겠다.”

푸하하…(1년전 얘기를 폭로해 버릴까부다). 참자. 9홀을 마치고 이젠 프로라는 생각조차 안든다. 150야드에 7번주면 불안한 표정. 6번 정도 손에 꼬오옥~쥐어주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정말 프로 맞는지 의심스럽다. 드라이브 샷의 페어웨이 적중률 20%. 러프 및 언덕 적중률 80%. 그린적중률은? 말하기도 싫다. 쏟아지는 따불 트리플. 터져 나오는 OB. 그리고 양파…. 뭘 가르치는 걸까.

오후에 이어진 2번째 라운드. 할아버지 네분의 4빽. 귀가 어둡다. 걸음 걸이는 개미보다 늦다. 빨리좀 가자고 했더니만 그 할아버지들 하는 말씀 왈. “뭐라구? 안들려. 아가. 다시 한번 얘기해봐 ”

“좀 빨리가야 한다구요오~~~.”
“뭐라구? 뭐라카는거양. 안들려….”
“아니예요. 뷈어요.”(ㅡ.ㅡ)

나의 진상퍼레이드는 언제까지 일까. 할아버지들께 나의 젊은 기를 다 뺏겼다. 휴우~~. 언제쯤 나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는 골퍼들을 다시 만나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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