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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기상시간 새벽 4시 44분의 저주

기상시간 새벽 4시 44분의 저주

 


오늘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쪽 코스 배정을 받았는데 왕비마마(?) 네 분이다.

악 골프백도 2개 밖에 못찾았다. 제기랄~. 결국 티 업시간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백(Bag)을 찾았는데 하나는 네임텍이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또 하나는 어떤 언니(캐디)가 잘못 갖고 나간 것이다.

네 분 다 뽈(?·Ball)을 친지 한 달도 안된 뚱뚱한 왕비님들이었다. 뒷 팀 아저씨들과 일행인가 보다. 뒷 팀에 제일 못생기고 배불뚝이 아저씨가 우리 팀 아줌마를 붙들고 그립 잡는 법을 가르쳤다.

헉…. 그립 잡는 법을 가르치고 연습 스윙 몇 번 시키고 코스 설명하고 스탠스 바로 잡고(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 아하~. 흔들고 돌고 찍고~) 한참을 돌리고 찍고 돌리고 찍고를 반복했다.
결국 1번 타자 왕비님께서 드라이버 샷을 하기도 전에 앞 팀이 홀아웃을 해버렸다. 그리고 앞 팀이 핀을 꼽는과 동시에 그제서야 철퍼덕 하고 드라이버 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볼은 전방 10m 앞에 떨어졌다. 뒷 팀의 아저씨가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한번 쳐봐”라고 훈수를 뒀다.

“안돼요~~~~~~.”

난 홀이 떠나갈듯 소리를 질렀다. 정말 속이 타들어갔다. “제발 멀리건만은 거두어 주옵소서”라며 애원했다.

두 번째 왕비님 티 샷. 첫 번째 왕비님보다 더했다(◎.◎;;;). 또 다시 뒷 팀의 아저씨의 외침이 들렸다.

“멀리건 ”
“멀~리~건? 아아아아아악~. 안돼여여여여여~”

꿈이었다. 4:44. 나의 저주는 이 4시44분이란 시간과 함께 시작이 된 것이다. 이 일(캐디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데 새벽 4시44분에 눈을 뜨는 날이면 어김없이 하루 일진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만든 딜레마에 내가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날에 속한다. 오늘은 거의 첫 팀으로 나갔다. 때 아닌 안개가 자욱했다. 12월에 왠 안개란 말이냐.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내가 이렇게 힘들줄을 상상도 못했다. 한 두홀 지나면 안개가 없어지겠지. 그 러 나 안개는 16홀까지 따라왔다.

어젯밤 꿈과는 달리 쌔끈하고 섹시하게 생긴 영보이들 4명이 나왔다. 오~예 좋고 좋고 기분 업되고…. 요즘 맨날 시각장애시키는 아저씨들만 보다가 젊은 오빠들을 보니 기분이 헬렐레….

쨍~~ (소리좋고 폼 좋고~오예~) 어둠과 짙은 안개로 인해 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장타자임을 알수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요? 척보면 딱 알지요(ㅋㅋ). 몇 홀은 그렇게 좋았다. 쌔끈한 영보이들이 볼도 잘치고 매너도 좋았다.

그러나 내기가 점점 커지자 날개없는 천사같던 그들이 갑자기 슈퍼 울트라 초특급 버라이어티 대마왕 스쿠루지로 돌변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아니. 나만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지하철 문 입구에 붙여진 간첩같은 존재였다. ‘신고하십시요 ’ 양의 탈을 쓴 늑대. 간첩의 냄새가 났을 때 경찰서에 바로 신고해야 하듯이 나도 그들을 일찍 경기과에 신고를 했어야만 했다.

이들은 그 안개 속 세컨드 샷 지점에서 그린의 경사까지 물어보았다. 여기까진 애교로 봐줬다. 짙은 안개 때문에 방향을 봐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 때문에 난 매 홀마다 가출한 미친 개가 널뛰듯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헥헥(⊙.⊙;;;;;)거렸다.

그런데 앗뿔싸. 뜻하지 않은 분실구가 생겼고. 그 홀은 OB 티도 없는 홀이었다. 짧은 홀이어서 그 분의 드라이버 비거리로 봐서는 분명 4개 다 그린 근처에 있어야 할 볼들이 한 개가 없어진 것이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 지점에서 정확히 5분 동안 볼을 찾았다. 눈이 뒤집히도록 찾았으나 없었다. 인정도 없는 동반자분들은 OB 티가 없으니 티 박스에 되돌아가서 다시 하나 치고 오란다. 일행들은 키득키득…. 오 감자는 눈물 ㅠ.ㅠ.

그 골퍼는 다시 드라이버를 내게 달라 하더니 티 박스 쪽으로 향해서 걸어갔고. 티 샷을 마친 뒷 팀 손님들이 우리 팀 주위에 다 몰려와 있었다. 누가 보면 2캐디에 8백(Bag)인줄 알았을 터였다.

비슷한 지점에 우리 팀과 뒷 팀이 그린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짧디 짧은 홀에서만 얼추 한 20분 이상. 아니 그 이상 있었을 것이다.

우리 팀이 후반 첫 홀에 접었을 때 앞 팀은 벌써 3번홀에 가 있었다. 그 이후에도 얼어있는 그린과 중간중간의 얼음 덩어리로 인한 삑사리 때문에 몇 번의 분실구가 있었다. 나는 눈이 충혈이 되도록 마치 며칠을 굶은 하이에나처럼 볼을 찾아헤매야만 했다.

이 오빠들 보고 쌔끈하고 섹시하고 잘생겼다고 한말 다 취소다. 한마디로 왕피그 왕느끼 왕빈대였다. 나는 완전 원 백(One Bag) 시스템으로 일했다. 제발 부탁이건데 ‘내기’는 적당히 하자고요. 선량한 캐디가 쓰러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