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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쓰러진 보행자 다시 치고 지나간 버스도 배상 책임"

"사고로 쓰러진 보행자 다시 치고 지나간 버스도 배상 책임"

택시에 치여 도로에 쓰러진 보행자를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밟고 지나간 뒤, 또다른 택시가 한번 더 쳐 결국 보행자가 사망했다면 마을버스에게도 배상 책임이 인정될까. 법원은 마을버스 운전기사에게도 “30%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이상원 판사는 보행자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택시운송조합 연합회가 전국 버스운송사업조합 연합회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택시운송조합에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보행자 A씨는 지난해 3월 26일 오전 5시쯤 인천 부평에 있는 편도 3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중 택시에 치여 쓰러졌다. 당시 택시는 제한속도(시속 60㎞)보다 빠른 시속 78∼78.6㎞로 달렸다.

이어 13~14 초가 지난 뒤,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쓰러져있는 A씨를 보지 못하고 한 번 더 치고 지나갔다. 당시 버스의 속력은 시속 48㎞였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고 A씨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몇 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이후 2분 정도 지난 뒤, 또 다른 택시가 시속 44㎞의 속도로 A씨를 밟고 지나갔다. 결국 A씨는 다발성 손상으로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세 차례에 걸친 충격 중 몇 번째가 A씨의 사망 원인이 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감정했다.

처음 사고를 낸 택시와 택시공제계약(사고로 인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대신하는 계약)을 맺고 있는 택시운송조합은 A씨 유족들과 손해배상액 1억5500만원에 합의하고 지난해 8월 이 중 1억3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택시운송조합은 “사고 후 마을버스의 과실 비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유족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9000여만원은 버스운송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2차 사고를 낸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에서 벗어났다”며 “마을버스의 과실비율을 30%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처음 사고를 낸 택시 운전기사에 대해 “A씨를 넘어뜨리고도 적절한 구호조치나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2·3차 사고가 발생했다” 과실비율을 60%로 봤고, 또다른 택시의 과실비율에 대해선 10%라고 판단했다.

김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