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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환수에 땅소송으로 저항 친일파 후손

국고환수에 땅소송으로 저항 친일파 후손

조사위 환수 결정 토지 90.5% 소송 진행형

 

일제 강점에서 벗어난 지 64년이 흘렀으나 친일파 청산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와해로 중단됐던 친일 과거사 청산이 재개된 것은 2006년 7월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 의해 친일재산 국가귀속 작업이 본격화되면서다.

9일 조사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3년 동안 환수 결정이 내려진 친일파 후손의 토지는 7월 현재 774만4천여㎡(시가 1천571억원)으로 여의도 크기와 맞먹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중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돼 환수가 확정된 토지는 전체의 9.5%인 73만3천여㎡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재산 환수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조사위는 출범 당시 을사오적, 정미칠적 등 1904년 러일전쟁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것이 명백하고 그 대가로 토지 등을 획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450여명의 후손이 보유한 재산을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정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출범 후 9개월여 만인 2007년 5월 한일합병조약 때 내각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과 아들 이병길, 일진회 총재였던 송병준과 아들 송종헌, 중추원 고문 고희경, 을사늑약 당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과 아들 권태환, 한일합병의 공으로 남작 작위를 받은 이재극, 자작수작ㆍ중추원 고문 등을 맡았던 조중응 등 9명의 후손이 소유한 토지 25만4천여㎡(공시지가 36억원)에 대해 첫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반민특위 해산 후 58년 만에 이뤄진 친일 청산의 첫번째 가시적인 성과였다.

이후로도 친일재산 환수 결정이 이어졌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사 대상이 정해지면 먼저 가계도를 작성해 후손들과 보유 재산을 찾아내 일일이 확인하고 일제 강점기 취득한 토지에 해당하는 것만 가려내는 사전조사를 거쳐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지만, 본조사 과정에서도 후손 수가 많고 명의가 달라져 있거나 은닉된 재산인 경우 추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현재까지 177명의 친일행위자에 대해 조사개시결정이 내려졌으며, 친일재산이 확인돼 귀속 결정을 받은 이는 94명이다.

이는 약 50명의 조사인력이 3년 동안 쉬지 않고 전국에 흩어진 땅을 찾아 뛰어다닌 결과다.

하지만 이처럼 어렵게 친일재산을 찾아내 환수 결정을 내리는 순간 오히려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된다.

친일파 후손 중 재산을 자진 포기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며 냈던 소송을 포기한 경우는 극히 일부고 대다수는 국가 귀속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고, 조사위 발족의 근거가 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2005년 12월 시행된 이후 토지를 제3자에게 팔아넘긴 사례까지 적지 않다.

지금까지 조사위를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은 52건으로 이 중 판결이 확정된 것은 13건이다.

현재 1심 21건, 2심 16건, 3심 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관련 행정심판도 23건이나 청구돼 8건이 계류 중이다.

특별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친일파 후손들이 낸 헌법소원도 5건이 제기돼 현재 4건이 심리 중에 있다.

친일파 후손이 청구한 소송 중 판결이 난 1심 21건과 2심 4건에서 위원회는 사실상 모두 승소했지만, 남은 소송이 훨씬 많다.

친일재산을 환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토지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경우.

조사위는 조사를 개시하면서 법원에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지만, 미처 추적하지 못한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 특별법 시행 전 제3자가 친일재산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토지를 취득한 경우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후 제3자에게 넘어간 친일재산에 대해선 법원 판결까지 엇갈리는 등 논란이 되다, 작년 11월 대법원이 '선의로' 취득했다면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조사위는 친일재산을 팔아넘긴 친일파 후손들에 대해선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팔아넘겨 얻은 이익이라도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며, 현재 11건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친일재산조사위는 대통령 직속의 4년 한시기구로 출범했다. 2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여부는 불확실하며 4년간의 활동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7월까지 출범 당시 세웠던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완익 친일재산조사위 사무처장은 "법원이 친일재산은 헌법 정신에 비춰볼 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일치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큰 성과"라며 "친일파 청산의 과제는 사회 각 영역에서 계속 진행되겠지만 남은 1년간 당초 세운 활동 목표를 마무리 짓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