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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프로와 아마 초고수 실력…바둑 프로기사와 아마 5단 차이

투어 프로와 아마 초고수 실력…바둑 프로기사와 아마 5단 차이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내기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 고수들은 프로 선수들의 돈을 따기도 한다. 라운드 경험과 실전 감각이 일반 프로나 세미 프로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 아마 고수들이 대회에 나가는 투어 프로들과 겨루면 어떻게 될까.

KPGA 투어 통산 2승을 거둔 이승호(23·토마토저축은행)는 그런 경험이 있다. 지난해 미국 전지훈련을 갔다가 프로 잡는 아마추어 ‘꾼’들이 한국의 투어 프로인 것을 알고 접근했다고 한다. 그들은 “핸디캡은 무슨, 그냥 내기 골프를 치자”며 덤볐다. 그러나 3번 홀이 지나자 “핸디캡을 달라”며 꽁지를 뺐고 그중 하나는 처참하게 당하다 14번 홀에서 골프백을 챙겨 가버렸다고 한다.

최근 국내 프로대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4일 끝난 KPGA 투어 에이스저축은행-몽베르오픈에서다. 한국 골프계의 아마추어 고수 3명이 초청 선수로 나갔다가 13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36~138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아마추어가 139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꼴찌는 모면했다. 출전한 세 명은 김봉주(50)씨와 정환(47)·이정재(57)씨다.

김봉주씨는 1999~2001년 한국 미드아마추어(선수 지망생이 아닌 25세 이상의 아마 골퍼) 선수권 3연패를 포함, 4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2008년 몽베르골프장 클럽챔피언에 오른 정환씨는 ‘아마 빅3’로 평가받는 고수다.

하지만 이들은 투어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출전하는 오픈대회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2라운드까지 정환씨는 22오버파(85-81), 김봉주씨는 25오버파(86-83), 이정재씨는 29오버파(87-86)를 쳤다. 컷오프(4오버파) 기준에 비해 각각 18타, 21타, 25타를 더 친 셈이다. 아마추어 고수들이 프로 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얼까.

◆실력=프로와 아마추어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20~30야드는 기본이고 많게는 40야드 이상 차이가 난다. 김봉주씨는 “프로들은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데 아마추어는 5, 6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는 그린에 볼을 세우기 힘들어 버디 찬스는 거의 없고 잘해야 파세이브다.

◆체력=4라운드 포맷의 대회를 치러본 미드 아마추어는 극히 일부다. 이정재씨는 “첫날 동반한 프로는 아들뻘로 나이 차가 30년이 넘게 났다”며 “3라운드 때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고 실토했다. 투어 프로들은 연습라운드 등을 포함해 1주일에 기본적으로 6라운드(라운드당 최소 8㎞ 도보)에 총 48㎞를 걷는 것이 생활화돼 있지만 아마추어는 전동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18홀도 힘겨울 때가 많다.

◆코스=프로 대회에 나간 세 사람은 “깊은 러프와 빠른 그린 등 까다로운 코스 세팅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래도 아마 초고수들의 스코어로는 참담하다. 김봉주씨는 “투어 프로와 아마추어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바둑으로 치면 아마 5단과 프로기사의 대결 양상과 비슷한 구도”라고 말했다. 심리적인 압박감과 분위기, 샷의 일관성 등에서 모두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