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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림초, 교사 3년 설득 끝 담임 실명제 실험

서울 영림초, 교사 3년 설득 끝 담임 실명제 실험

“2학년‘이화영 선생님반’유지영입니다”
“선생님 책임감 높아져 공교육 신뢰 향상될 것”

 

 서울 영림초등학교 2학년 유지영(8) 양은 새 학기부터 ‘이화영 선생님반’(사진) 문패가 달린 교실에서 공부한다. 학교에서 새로 준 공책 표지에는 ‘2학년 이화영 선생님반 유지영’이라는 글씨와 담임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담임이 늘 학생과 학부모 옆에 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담임 이화영(53) 교사는 “지영이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선생님 이름을 걸어 놓으니 친근감이 생기고 안심도 된다고 말했다”며 “이름을 내건 만큼 교사 간 선의의 경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의 영림초등학교가 새 학기부터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는 ‘담임실명제’를 도입했다. 8일 학교 측에 따르면 2일 새 학기부터 1~6학년 16개 학급(413명)에 모두 선생님 이름을 달았다. 2학년 1반, 2학년 2반 같은 학급명 대신 ‘이화영 선생님반’ ‘노양희 선생님반’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경희(54) 교장이 냈다. 이 교장은 “이름을 걸면 담임이 책임감 있게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 공교육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선생님 이름에 친숙해지면 올바른 스승상을 정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5년 전부터 교장 직을 맡아오다 지난해 9월에는 임기 4년의 공모제 교장에 선출됐다. 그는 “3년 전부터 병설유치원에 새 학급명을 써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개나리반’ ‘진달래반’ 같은 명사형 이름 대신 ‘사랑해반’ ‘좋아해반’ ‘행복해반’ 등 동사형으로 바꿔 사용했다. 그 후 학생에게 ‘어느 반이니’라고 물으면 ‘사랑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교장은 “담임 실명제를 도입하기 위해 교사를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아버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학부모회를 놀토(쉬는 토요일)에 운영하고 ▶가을 운동회를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모닥불 축제로 만드는 등 학부모와 친해지기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홍성희 초등교육정책과장은 “부담이 될 수 있는 교사들에게 동의를 얻어낸 것은 교장의 리더십”이라며 “이런 실험이 확산돼 공교육이 튼실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