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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아파트가 `상식`을 버렸다

아파트가 `상식`을 버렸다

 

'만능 주택'. 요즘 분양되는 주택들의 테마다. 아파트가 단독주택을 닮아가 주택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평면과 기능에서도 다양화·첨단화해진다.

 업체들은 주택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이 같은 트렌드의 이유로 내세우지만 달라지는 주택시장 환경도 요인이다. 9월 분양가 인하가 예상되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청약을 주저하는 수요자들을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업체들은 상한제가 실시되면 건축비 규제로 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때문에 요즘 주택의 품질에 끌리면서도 상한제 이후 가격 인하 기대감으로 갈팡질팡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마당 넓은 아파트=저층주택 단지인 타운하우스가 고층 아파트 수요를 넘보면서 아파트에도 단독주택 쾌적성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단지 일부를 아주 낮은 층수로 설계하고 단독주택의 마당처럼 쓸 수 있는 테라스(아래층의 지붕을 활용한 빈 공간)를 대폭 늘린다.

 다음달 분양 예정인 충남 천안시 쌍용동 동일하이빌(32~87평형 964가구)의 전체 25개 동 가운데 4개동이 2층으로 건축된다. 나머지는 11~18층이다. 47평형만 들어서는 2층짜리는 한층 2가구씩 동별로 4가구다. 2층 가구는 8.5평의 테라스를 갖는다. 분양업체 민준식 팀장은 “정원을 갖고 땅을 밟고 싶어하는 주택 수요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며 “테라스는 입주자들이 원하는 대로 정원이나 아이들 놀이터 등으로 꾸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삼성래미안 단지도 15~30층 42개동 사이에 4층짜리 6개동을 짓는다. 층별로 2~4가구를 들이고 2개층을 복층으로 쓰기도 한다. 총 33~102평형(2393가구) 중 60평대 이상이 배치된다. 광교산 자락의 경사지에 계단식으로 지어져 위층은 아래층의 지붕 일부를 테라스로 쓸 수 있다.

 이들 단지처럼 일부 동을 저층으로 설계하면 평균 층수가 낮아져 건물높이 규제를 덜 받을 수 있다.

 일반 아파트보다 층수가 높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은 고층 가구에 테라스를 만든다. 이달 14일 부산에서 드물게 3.5대 1로 신청마감된 부전동 더�센트럴스타(47~58층)의 일부 가구 테라스는 분양면적보다 넓다. 55평형 테라스는 분양면적의 1.5배인 81평. 엘리베이터 면적 등 공용면적을 제외한 전용면적(44평)의 두배에 가깝다. 70,77평형 일부 가구도 각각 82,89평의 테라스를 갖는다. 박상현 분양소장은 “테라스를 흙·나무 등으로 꾸며 마당으로 사용하면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초고층 거주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평면, 첨단 기능=용인시 동백지구에 분양 중인 단독주택형 타운하우스 SK아펠바움(42가구)은 거의 모든 가구가 평면·구조 등에서 다르다. 31개 타입으로 설계돼서다. 일부 가구에서 같은 층의 거실·주방 등이 반층 높이의 계단으로 분리된다. 분양업체 전병찬 이사는 “몇가지 평형별로만 구분된 평면으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같은 평형인데도 평면 등을 달리해 사실상 서로 다른 주택으로 설계한다. 동천동 삼성래미안은 8개 평형이지만 타입은 58개다. 한 평형당 7개 정도로 세분화되는 것이다. 올 12월 분양예정인 부산 우동 현대산업개발 주상복합(47~100평형 1777가구)은 바다 조망권 등을 살려 100여 가지에 달하는 평면을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평면 가운데 ‘한 지붕 두 집’도 나온다. GS건설은 이달 말 분양하는 서울 은평구 수색자이의 81평형 입구에 외부 정원을 만들어 왼쪽과 오른쪽에 두 세대가 완전히 분리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26일부터 청약 접수하는 경남 마산시 신포동 마산만아이파크 68,82평형도 이 같은 세대분리형으로 설계됐다.

 대림산업은 3월 분양한 원주 무실e편한세상은 기둥을 제외하곤 입주자 취향에 맞춰 내부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기둥식으로 내놓았다. 지금까지는 대개 가구 내 일부 벽만 변경이 가능했다.

 동양건설산업의 동탄신도시 주상복합 동탄동양파라곤은 입주민의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해 엘리베이터 등을 작동시킨다. 입주민이 ‘위치인식 솔루션’이란 카드를 갖고 있으면 엘리베이터·현관문 등이 자동으로 도착하고 열린다.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량 위치도 쉽게 알 수 있다.

 동부건설이 5월 분양한 남양주 진접동부센트레빌은 방범 로봇(센트리)을 배치한다. 반경 50m 범위를 360도 회전하며 감시하고 외부침입이 감지되면 경비업체에 연락한다.

 대림산업은 이달 말 분양하는 오산 새마단지에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한다. 지하 150m에 파이프를 연결해 끌어오는 지중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것이다. 도시가스 등에 비해 냉난방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본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상한제 확대 이후에는 평면 구조기능 등의 수준이 지금보다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과 분양가, 전매제한 기간, 입지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청약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한제 이후 중소형과 비슷한 건축비 규제를 받는 중대형의 품질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안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