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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직장 맘`도 명문대 보낼 수 있다

[열려라!공부] `직장 맘`도 명문대 보낼 수 있다

이형미씨 『맞벌이 부부 아이는 …』내

 

이형미씨(右)가 아들 이승규군(19·고려대 이과대 2학년)과 활짝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씨는 아들을 대학 보낸 경험을 토대로『맞벌이 부부 아이는 서울대에 못 간다?』라는 책을 최근 냈다. [사진=최승식 기자 ]
“저 아이는 부모가 집에 없으니 같이 놀지 마라.”
 서울 D초등학교 3학년 김모양은 최근 학급 친구를 통해 들은 자신에 대한 얘기에 큰 상처를 입었다. 김양의 부모는 맞벌이 직장인이다. 부모 둘이 벌지 않고서는 가계를 꾸려갈 수 없어 일을 나간다. 김양은 “왜 놀지 말라는 건가요”라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박모(39)씨 역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박씨는 “성적이 떨어져도, 사회성이 부족해도 다 내 탓 같다”고 말했다.

 
전직 여기자 이형미(47)씨. 20년간 밤낮 없이 취재 현장을 뛰어다녔다. 직장 엄마 중 최악의 사례다. 집을 꾸미고 사는 건 포기한 지 오래고, 자녀들에게 제공하는 아침식사는 ‘1식ㆍ1찬’이 원칙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메뉴가 우유 부어 먹는 시리얼이나 데워 먹기 편한 곰국이니 ‘빵점 엄마’가 따로 없다.

 이런 이씨가 『맞벌이 부부 아이는 서울대에 못 간다?』(이미지박스)라는 책을 최근 냈다. 지난해 큰아들 이승규(19)군을 고려대 이과대에 보낸 뒤 펜을 잡았다. 정말 ‘맞벌이 하면 아이를 좋은 대학 못 보낸다’는 통념은 깨기 어려울까. 이씨 같은 맞벌이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데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다른 엄마처럼 세세히 보살펴 줄 수 있는 ‘수퍼 맘’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식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습관을 잡아라”=맞벌이 엄마는 전업 주부에 비해 아이를 챙길 시간이 적다. 특히 내신이 중시되는 현재 입시제도에서 맞벌이 가정의 자녀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옆에서 잘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아이의 습관을 초등학생 때부터 습관을 잡았다. 무조건 학교 갔다 오면 숙제를 마쳐야 하며, 국어·수학은 매일 문제지나 학습지를 두 장씩 풀게 했다. 그런 다음엔 자율에 맡겼다. 가까이 없기 때문에 통제하려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하루의 일을 체크했다.
 승규군이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치른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88점(반에서 10등 이하). 그 소식을 들은 이씨는 “참 잘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엄마가 잘 모르시나 본데 이렇게 해서는 (대학 가기) 어려워요”란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때에도 별 수는 없었다. “시험 볼 때마다 평균 2점씩 올리자”고 아이와 약속하고는 3년 내내 약속을 지키게 했다. 이씨는 “높지 않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지키게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ㆍ수ㆍ국 불변 법칙”=요즘 학원들은 최소 한 학기 이상 학교보다 진도가 앞선 내용을 가르치는 선행 학습을 한다. 학원에 보내려고 해도 수준이 안 되면 들어가지도 못한다.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역시 진도를 설렁설렁 넘어가기 일쑤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공부가 기초 없이 진도만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맞벌이의 장점은 아무래도 시간보다 돈”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ㆍ수학ㆍ국어 기초 잡기에 온 신경을 다 썼다”고 말했다.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뀌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세 과목이라는 것이다.
 
◆전업 주부의 학교와의 관계 맺기=맞벌이 엄마 중엔 “제가 직장을 다녀서 아는데…” 또는 “직장 다니기 때문에 바빠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씨는 아이가 한 학년이 올라가면 무조건 학교를 찾아갔다. 그런 다음에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자신의 처지와 아이의 상태를 학교 담임교사에게 솔직히 털어놨다. 고3 때까지도 이 일은 계속됐다. 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총회는 전날 야근을 해서라도 쉬는 시간을 쪼개 참석했다. 또 어머니들의 모임에서는 늘 자신이 지갑을 열었다. 이씨는 “학교 선생님들과 다른 엄마들에게 ‘직장 일 때문에 학교 일에 신경 못 써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고 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업 주부가 되면 아이 성적이 오른다는 환상은 깨야 한다”고 말했다. 전업 주부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씨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글=강홍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