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생활 `디시 막장` 에 뜨면 끝이다
디시 막장갤러리에서 연예사이트로 연쇄 이동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사건을 보면, 단 10시간도 안 걸린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중세시대의 실크로드가 '문명의 십자로'로 각광받았다면, 인터넷 시대의 초고속 광통신망은 '사이버 테러'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과연 인터넷 상에서 어떤 경로를 타고, 이처럼 광속도로 유출되는 것일까? ▲ 연예인 사생활 유출 경로, 정해져 있다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개인 사진 유출 사건을 살펴보면 경로는 극명히 드러난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4월 29일 새벽 3시께 UCC 전문 웹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막장갤러리'에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진이 20여장 올라왔다. 하루 방문자 90만명이 넘는 디시인사이드가 이때 한 차례 다운됐다. 오전 7시께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진과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바로 음악 동영상 사이트인 베스티즈로 옮아가, "박지윤 아나운서, 어떻게 해요? 디시인사이드에 난리가 났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호기심에 찬 네티즌들은 이를 보고, 여성 전용 연예게시판인 마이클럽으로 이동해 박지윤 아나운서 소식을 전했다. 급기야 오전 10시. 박지윤 아나운서가 각종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로 등장했다. '박지윤 아나운서'뿐 아니라 '막장갤러리'도 함께 인기 검색어로 포털사이트에 급부상하며 29일 내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 결국 이날 오후 2시 넘어서는 3000만 네티즌이 박지윤 아나운서 개인 사진 유출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날 하루 종일 인터넷은 박지윤 아나운서와 '인막녀(인천에 사는 한 여고생으로 같은 날 남자친구에 의해 수치심을 자극할 만한 데이트 사진이 막장갤러리를 통해 공개됐다)'로 시끄러웠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항상 범인으로 지목받는 디시인사이드와 막장갤러리는 어떤 곳일까? 디시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인사이드(digital camera inside)를 줄인 말이지만 DC는 디지털 컨텐츠(digital contents), 디지털 커뮤니티(digital community), 디지털 커머스(digital comerce) 등의 의미도 갖고 있다. 1999년 10월 디지털 카메라 전문사이트로 시작된 뒤 2002년 이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의 트렌드와 이슈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특히 회원제가 아닌 철저한 익명주의에다 게임·스포츠·연예 등 동호인 모임인 갤러리가 매우 활성화 돼 있어 그들만의 정보 공유가 빨리 이뤄진다. 이 중 막장갤러리는 각 갤러리에서 '사고'를 자주 치는 문제 네티즌들이 따로 모여 노는 곳.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진 외에 지난 해 결혼을 앞뒀던 노현정 아나운서의 사생활 사진도 '전 남자 친구와의 한때'라는 게시물로 이곳에서 처음 올라왔다. 권상우 몰카 사건과 신지의 가슴이 노출된 합성 사진이 유포된 것도 여기였다. 이지혜의 가슴 엑스레이 사진이 유출됐을 때에도 막장갤러리가 근원지로 꼽혔다. 디시인사이드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드라마 갤러리가 생기면서 여성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많은 상주 네티즌들이 연예인의 미니홈피나 각종 드라마 게시판, 연예인 팬카페 게시판 등에서 생긴 소식을 이곳에 제일 먼저 퍼나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디시인사이드가 기자들 사이에도 요주의 관찰 사이트로 유명하다. 이어 그는 "사이트가 회원제도 아닌데다 아이피도 프록시 서버를 쓰는 탓에 추적이 불가능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법한 게시물을 마구 올리는 네티즌이 많다"고 지적했다. 즉 유동 아이피를 쓰기 때문에, 아이피를 삭제하거나 차단시켜도 문제의 네티즌을 사이트에 원천 차단시킬 수 없어 연예인의 사생활 사진 등이 올라오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막장갤러리에 이은 2차 경로인 베스티즈는 음악 동영상 사이트라 가수 팬들이 상주하는 곳. 가수의 사생활을 24시간 쫓아다니는 일명 '사생' 팬들(주로 공개방송 등 대중 활동 무대를 쫓는 '공방'파와 구별된다)이 많기 때문에 가수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이 여기서 자주 퍼져 나간다. 최근 팬들 사이에 은밀히 화제가 된 그룹 멤버 A군의 여자친구 폭행 사건도 여기서 처음 사진과 내용이 올라 왔다. 재미 있는 것은 디시인사이드와 베스티즈의 사용자들이 겹친다는 것이고, 또 이들은 스타 열혈 팬이 상주하는 마이클럽 같은 연예 게시판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텔레비존이라는 광장 게시판으로 이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 사생활 유출, 막을 방법은 없나? 네티즌으로부터 스타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는 인터넷 실명제가 가장 먼저 대두된다. 정부는 오는 7월 27일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물론 완전한 실명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자를 추적할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에도 최근 실명제, 회원제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태다. 박지윤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후 장치로는 사이버테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들 수 있다. 현행 형법상으로는 비밀침해나 명예훼손에 따른 처벌 근거는 홈페이지 해킹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웹에 있는 진실한 정보를 수집 정리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수란 경위는 "예전엔 기업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나 시스템 해킹에 대한 사이버테러 사건 접수가 많았는데 최근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 개인 정보 유출 같은 사건이 많이 접수된다"며 "올 해부터 각 경찰서마다 사이버수사대 전담팀을 확대, 상설하고 있다. 또 인력이나 장비, 교육을 통해 수사 역량을 강화해 접수된 범죄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해 인터넷에서 퍼졌던 김태희 관련 루머를 수사한 사이버수사대는 범인을 잡아냈다.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도 사건 직후인 지난 달 30일 서울 영등포 경찰서와 사이버수사대 등에 미니홈피 비공개 사진을 유출해 인터넷에 유포시킨 네티즌을 잡아달라고 수사를 의뢰해,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생활 만큼이나 연예인의 사생활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도덕 의식이 전 네티즌에게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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