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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디지털 시대,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29일 새벽 한 남자 고등학생이 헤어진 여자친구의 노출사진과 휴대폰번호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퍼뜨렸다. 옛 연인이 새 남자친구를 사귄 것에 분개해 벌인 사건이다. 피해 여성은 '인막녀'라 불리며 하루종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개인정보가 공개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한 유명 여자아나운서가 옛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들이 네티즌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진 또한 정확한 경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옛 연인 또는 그의 주변 인물들이 출처로 거론되곤 했다.

요즘 결별하는 연인들은, 과거에는 하지 않았을 고민을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사귀면서 만든 추억이 인터넷 홈페이지와 싸이월드, 그리고 블로그 곳곳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휴대폰이나 메신저에도 파일로 보관돼 있다.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추억이 곳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과 공유돼 있기도 한다. 연애 시절이 추억의 앨범 달랑 하나로 남는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추억이 파일 형태로 인터넷과 전자 기기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디지털 시대 이별은 그래서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헤어진 어느 한쪽이 앙심을 품으면 그 파일로 바로 해코지가 가능하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마음만 먹으면 그 파일을 보내버릴 수 있다. 새 연인을 만나는 옛 여자친구가 못마땅하다고 자신과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메일로 새 남자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인터넷에 공개하는 날엔 그 파장이 훨씬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생활이 이뤄지는 디지털 시대의 이별법은 앨범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 시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별과 함께 '추억 세탁'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우선 요즘 연인들은 결별하자마자 미니홈피부터 깨끗이 정리한다. 과거 앨범에서 옛 연인의 자취를 지우는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사진을 찢어버리고 가위로 반쪽만 오려내는 것보다 그 절차는 한층 더 번거롭다. 내 미니홈피에서 모든 사진을 지우는 것은 물론 옛 이성 친구의 각종 댓글까지도 말끔히 지워야 한다.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어느 날 옛 친구의 자취를 파악하는 아찔한 순간을 피하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이별을 결심하고 나면 공식적으로 헤어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이성 친구의 휴대폰과 홈페이지.싸이월드.블로그 등에 저장된 사진과 사연을 지우는 일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이런 일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을 때 이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이런 디지털 이별 노하우가 상대에게 공개될 무렵에는 공식 이별 절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 남은 추억의 파일 하나까지 제거했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앙심을 품은 옛 친구가 어딘가에 남아 있던 파일을 찾아내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경우라면 해당 포털 사이트에 연락해 정보 보호를 요청하고 해당 파일을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

사랑의 기억과 기록들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또 있다. 휴대폰을 커플요금제로 이용했을 경우 미리 계좌를 분리해야 한다.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은 물론 개인 신용정보 유출의 핵심인 공인인증서를 반드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그냥 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집주소 등을 알고 있는 상대가 보복성 행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 하에서 연인들은 추억을 공유할 무한한 공간을 갖게 됐지만, 그만큼 추억을 삭제해야 할 공간 또한 무한히 열려 있는 셈이다.

이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