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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막으니 … 리모델링 봄바람

재건축 막으니 … 리모델링 봄바람

헐지 않고 고쳤는데 36평 → 45평 넓어지고 값 오르고

 

올 들어 아파트를 허물지 않고 집을 넓히는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체들에 상담이 몰리고 사업 설명회가 잇따라 열린다. 리모델링이 잇따른 재건축 규제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리모델링 연한 완화(20년→15년, 다음달 시행 예정)와 최근 리모델링으로 거듭난 단지도 이에 대한 관심 증대에 한몫한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동의.건축제약 등 넘어야 할 고개가 적지 않아 섣부른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강남권서 강북.신도시로 확산=리모델링은 재건축 규제가 주된 계기였다. 용적률 제한 등으로 재건축이 막힌 강남권에서 2001~2002년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정도에서 추진되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목동과 강북, 일산.분당.평촌.안양 등에서도 관심이 부쩍 늘었다.

목동 9단지가 지난달 중순 사업설명회를 연 데 이어 10, 13단지가 이달 말 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미도.보람.한양 등과 평촌 목련우성, 산본 한라주공, 일산 성저삼익, 분당 그린타운 등도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 모임을 결성했다. 대림건설 이권재 차장은 "지은 지 20년이 안 된 단지들도 낡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타진하고 있다"며 "문의전화가 하루 20여 통씩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클래식예가(옛 궁전)는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불신을 많이 씻어냈다. 이 아파트는 법이 허용한 대로 전용면적을 30% 늘리고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첫 단지로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엘리베이터도 연결했다.

45평형의 시세가 12억원 선으로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1년6개월 전보다 공사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4억원가량 올랐다.

인근 현대공인 차만갑 사장은 "지은 지 20~30년 된 낡은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다를 게 없어 수요가 몰려 다른 단지보다 10%가량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9월 시행키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사업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여 리모델링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준공 15년 이상으로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서울에서 10만9000가구(185개 단지), 분당 등 신도시 3만7000가구(46개 단지)로 추산된다.

◆ 실수요로 접근해야=리모델링을 통해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의를 요구한다. 리모델링은 분양 수입 없이 자기 돈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재건축에 비해 개발이익이 크지 않다.

건물연한 등의 완화로 리모델링 문턱은 낮아졌지만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 조합설립의 주민동의율은 3분의 2 이상이지만 착공 전 행위허가(사업승인)를 받을 때는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일부 자치단체들이 민원을 우려해 건축제한 완화에 옹색해 사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리모델링하기 어려운 단지도 있다. 건물 동이'ㄱ.ㄷ.ㅁ'자 모양으로 일부 서로 겹치는 단지는 기술적으로 증축에 한계가 있다. 쌍용건설 박윤섭 부장은 "너무 크거나 작은 단지보다 300~800가구 규모이고 평형은 30~40평대인 단지가 사업성이나 평면구조 개선 등에서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