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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뭐니 머니

저금리·전세난에 … 비수기 잊은 주택시장

저금리·전세난에 … 비수기 잊은 주택시장

7월 매매 11만 건 … 43% 증가
“전셋값 올려주느니 연립 산다”
눈높이 낮춘 실수요자 늘고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도 작용

 

직장인 송모(36·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다음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아예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 지금 살고 있는 길음뉴타운 2단지 전용면적 59㎡형의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1500만~2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송씨는 “전셋값이 올 들어서만 7000만원 이상 올라 어차피 대출을 받을 거라면 내 집 마련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전용면적 75㎡짜리 아파트에 전세(2억2000만원)로 살던 박모(41)씨는 최근 인근에 비슷한 크기(78㎡)의 연립주택을 2억5000만원에 사서 이사했다. 박씨는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기보다는 저렴한 연립주택을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여름철은 주택시장의 비수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올 여름 주택매매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주택매매 거래량은 11만1000건으로 1년 전보다 43.2% 증가했다. 국토부가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7월 한 달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지난 3월 이후 월별 주택매매거래량은 5개월 연속 11만 건을 넘어섰다.

 여름철에도 주택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저금리 기조에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전세난이 겹치면서 매매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전세난, 저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수요자의 매매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젊은층이 전세난을 피해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 중심엔 서울 지역이 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1년 전보다 101.3%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43.2%)의 두 배를 넘는다. 주택 종류별로는 아파트(40.3%)보다 연립·다세대(56.7%)의 매매거래 증가율이 높았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서울 외곽의 아파트로 옮기거나, 서울의 다세대나 연립주택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를 살던 수요자가 눈높이를 낮춰서 집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이르면 올해 말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름철 매매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집을 사두자는 수요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부터 이자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거치식 대출’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는 ‘분할상환 대출’로 유도하기로 한 것이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대출 규제가 내년부터 강화되는 만큼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 때문에 하반기에도 주택 거래가 현재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내년에 대출 규제 대책이 실행되고 금리까지 인상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매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평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올해 7월의 주택가격은 2.09% 올랐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3% 상승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황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