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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뭐니 머니

56만원에 … 나도 간다, 하와이

56만원에 … 나도 간다, 하와이

저만치 날아가는 저비용항공

 

# 진에어는 지난 8일 연말께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한다고 밝혔다. 하와이는 비행 시간만 9시간 30분에 이르는 장거리 노선이다. 호놀룰루 취항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로선 진에어가 처음이다. 이 항공사는 하와이 왕복 항공권을 최저가 55만9600원에 내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 대형 항공사(FSC) 항공권의 ‘반값’ 수준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하와이 취항을 계기로 장거리 노선 운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휴가철을 맞아 여성·커플 승객이 많은 동남아 괌·사이판 노선에서 승객이 기내 카페에서 직접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칵테일 키트’를 팔고 있다. 기존 기내식 외에 괌·사이판 현지 전통 닭고기 요리 ‘레드 라이스 위드 치킨’(Red Rice with Chicken)과 ‘치킨 켈라구엔’(Chicken Kelaguen)도 선보였다. 이 항공사는 메르스 사태에도 손 소독기만 비치한 FSC와 달리 전 노선 탑승객에게 특수제작한 1회용 ‘메르스 소독제’ 키트를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까다로운 탑승객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FSC에 뒤지지 않는 먹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신경쓴다”고 말했다.

 

LCC의 공세가 거세다. FSC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키느라 굼뜬 새 톡톡 튀는 마케팅 전략으로 하늘길을 뚫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기내식. LCC는 기내식 다운 기내식이 없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젠 옛말이다. 국제선 승객에게 삼각김밥·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을 무료 제공하다 수년 전부터 FSC 못지 않은 기내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기내식이 항공료에 포함된 FSC와 달리 별도의 돈을 받지만.

 제주항공은 2013년 9월부터 비빔밥과 스테이크, 생선요리 같은 기내식뿐 아니라 파우치형 소주까지 판매한다. 에어부산은 곤드레나물밥·오색야채비빔밥·짜장새우볶음밥, 이스타항공은 불고기덮밥·닭볶음덮밥이나 연어베이글샌드위치 같은 기내식을 서비스한다.


국제선 여객 13% 넘고, 국내선 53% 점령

 

동남아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전준희(38)씨는 “LCC가 스테이크·불고기덮밥 같은 기내식에 와인까지 서비스해 FSC와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좌석도 편해졌다. 진에어는 일부 노선에 ‘지니 플러스 시트’를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요금을 더 내면 일반 좌석보다 앞 뒤 간격이 6인치(약 15cm) 더 넓어 편한 시트에 앉을 수 있다. 추가 요금을 내면 비상구 좌석, 맨 앞자리 같이 다소 편한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좌석지정 서비스’는 지난해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진에어·티웨이항공이 잇따라 도입했다. 무엇보다 취항지가 많아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독무대인 괌·사이판에 취항하더니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코타키나발루까지 야금야금 보폭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마의 5시간’(중단거리 노선 운항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하와이까지 취항해 FSC의 전유물인 장거리 노선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취항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승객이 많다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노선 성장률은 세계 항공시장 연평균 성장률(4%)보다 높은 5.5%로 분석됐다. 급성장하는 아시아 노선에서 LCC의 선전은 수치로 드러난다.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13년 1분기 9.4%에서 지난해 12.1%, 올해 13.2%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FSC 점유율은 56.5%→53%→49.2%로 떨어졌다. LCC는 올 1분기 국내선 여객 점유율도 53.2%을 차지해 절반을 넘어섰다. 승객 수도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대한항공이 8.2%, 아시아나가 10.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LCC 5개사는 28.4% 증가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올 1분기에 매출 1444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대형항공사 중·단거리 기종 들여오기도

 

지난해엔 FSC도 흑자를 냈다.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영업이익은 각각 3950억원과 98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유가 하락과 ‘엔저’의 영향이 컸다.

 LCC의 성장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LCC 5개사 외에 외항 LCC 20개사가 뛰고 있는데다 또 다른 LCC인 에어서울을 비롯해 5개 항공사가 LCC 설립을 추진하거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LCC의 공세에 FSC는 자존심을 접고 반격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올 2월부터 비성수기나 평일에 적용했던 제주도 항공권 특별할인을 주말·성수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1년 전부터 LCC가 주로하는 ‘얼리버드 항공권’(조기 예약시 할인) 마케팅에 나섰다. 항공 업계에선 FSC가 올 초부터 쿠팡·티몬 같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초저가 항공권 판매에 나선 것을 기점으로 사실상 LCC와의 ‘전면전’에 나선 것으로 본다.

 상징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은 파리에어쇼에서 보잉·에어버스 항공기 100대를 도입하는 ‘메가톤급’ 계약을 맺었다. 이날 구입한 보잉사 B737MAX-8과 에어버스사 A321NEO 기종은 최대 운항거리가 5634~5904㎞에 이르는 중·단거리 전용 항공기다. 아시아나도 올해 A321NEO 기종 25대를 도입키로 했다. 중·단거리 노선을 야금야금 장악하고 있는 LCC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맺은 계약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단일 기종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면 도입 가격을 내리고 운영비는 줄일 수 있어 노선 운영에 여유가 생긴다”며 “LCC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노선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FSC의 비효율 노선 투입, 고임금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LCC와 경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과) 교수는 “FSC는 탑승객이 없어도 운수권을 유지하려 기존 노선에 비행기를 띄워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5월 황금연휴 기간과 휴가철에 부정기편을 많이 띄운 LCC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의 70% 이하 수준의 낮은 운임으로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다. 자리배정과 수하물·기내식·자리배정 같은 서비스가 포함된 FSC와 구별된다. LCC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정 비용을 내야 했지만 최근 일부 LCC가 기내식을 무료 제공하는 등 FSC와 경계를 허무는 추세다. 1971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시초다. 국내 최초 LCC는 2005년 출범한 제주항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