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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하늘도시 난방 차질 … 아파트 3만여 채 못 지을 판

영종하늘도시 난방 차질 … 아파트 3만여 채 못 지을 판

지역난방, 재정난으로 공사 포기
정부 개별난방 허용안 제시했지만 도시가스 업체 배관비용 막대‘난색’
건설사·주민 손해배상 소송 이어져

 

 

 

지난달 14~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인천 영종하늘도시 단독주택 용지의 평균 경쟁률은 51대1이었다. 239필지를 분양했는데 1만2200여 명이 몰렸다. H3구역의 17-5블록엔 무려 1693명이 신청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 추진 등 부동산 호재가 겹치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다. 김창수 LH 영종사업단 차장은 “미분양분도 빠르게 소진되는 등 영종하늘도시의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 공급은 정반대 상황이다. 난방 문제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지역난방 사업자인 인천공항에너지가 “더 이상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없다”고 선언한 데 이어 대안으로 제시된 개별난방 공급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영종하늘도시에는 2020년까지 아파트 4만4228가구가 건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분양된 아파트는 전체의 23.5%인 1만405가구에 불과하다. 경기 침체와 제3연륙교 건설 지연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2009년 2367가구 분양을 끝으로 아파트 분양은 6년간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난방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을 취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당초 영종하늘도시 아파트들은 모두 지역난방 공급 방식으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난방사업자인 인천공항에너지는 2012년 4월 1단계로 영종하늘도시 9개 단지 1만여 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지름 400㎜, 길이 30㎞의 관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2단계 사업은 재정난을 이유로 포기했다. 건설비만 1300여억원이 투입되는데 인천공항에너지는 부채가 2017억원에 이르는 등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를 이용한 개별난방 방식으로도 건축 허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영종도시개발이 A56블록에 개별난방 방식으로 57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오는 9월께 분양 신청을 받는다는 세부 방침도 세웠다. 그런데 이번엔 개별난방 사업자인 인천도시가스가 제동을 걸었다. 인천도시가스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A56블록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배관망을 새로 설치하기엔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사업 취소가 잇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A31블럭을 매입한 동원개발은 “지역난방 공급이 안 돼 주택사업을 할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최근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 주변 기반시설 조성도 지지부진하다. ‘서울 강남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다’던 제3연륙교 건설은 4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건설사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며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아파트 건설사들에게 분양금의 5%를 입주자들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상황이 이렇자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시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LH 관계자는 “인천도시가스 등과 개별난방 공급을 위한 조건을 협의 중”이라며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이달 말까지는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