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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환자도 잠복기엔 바이러스 내뿜지 않아 전염력 없다”?

“감염 환자도 잠복기엔 바이러스 내뿜지 않아 전염력 없다”?

메르스 궁금증 Q&A

 

보건용 마스크는 10시간 이상 경과하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쓰던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청주=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괴소문을 담은 문자가 난무하고 마트에선 마스크가 동났다. 하지만 낭설의 대다수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강철인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공포심을 조장해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정확히 아는 만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Q.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비말(침·콧물 등)로 전염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잠복기에는 전파되지 않나.

A. 메르스는 보통 감염된 후 이르면 2일, 늦으면 14일 후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고열·기침·호흡곤란 등이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처음부터 추적 조사한 연구를 보면 감염환자라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바이러스를 내뿜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외부로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따라서 잠복기에는 전염력이 없다고 본다.

Q. 홍역이나 결핵처럼 공기만으로 전파되는 것은 아닌가.

A. 메르스는 입자가 0.5㎛ 이상이다. 무거워서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1~2m 이내에 떨어진다. 따라서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면서 전파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같은 병실이 아닌 다른 병실을 쓴 환자에게 감염된 것도 공기 전파로 해석하기보다는 병원 복도나 다른 시설을 같이 쓰면서 감염자의 비말이 다른 환자에게 옮겨간 것으로 본다. 공기 전파라면 몇 명 정도의 감염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 내부 환자와 접촉하지 않은 수십, 수백 명이 동시에 감염돼야 정상이다. 단,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종돼 공기 전파로 바뀔 가능성도 열어두고는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감염학회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희박하다고 본다.

Q. 같은 병실에 있거나 접촉해도 어떤 사람은 전염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차이 때문인가.

A.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항체를 만들어 무력화시킨다. 항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에는 여러 가지가 관여한다. 첫째는 영양 상태다. 어떤 한 가지 영양소가 과량 필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적정량 있어야 한다.

현재 바이러스 자체를 막는 식품이나 치료제는 없다. 골고루 먹고, 운동을 통해 기본 면역력을 올려야 한다. 둘째는 나이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연령이 낮으면 몸에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기능도 빠르고 강력하다. 연령이 높으면 이런 작용이 늦고 약하다.

 


Q.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도 고위험군이라는데.

A. 바이러스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기가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와 콩팥을 좋아한다. 그래서 천식·폐렴 등의 호흡기질환자나 신장질환자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해당 장기가 빠르게 망가져 사망으로 이어진다. 당뇨병 환자나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고위험군이다. 기존 사망자도 대부분 이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였다. 치사율 40%는 이런 질환이 있는 환자이고, 기저질환이 없다면 치사율이 크게 낮아진다. 면역력이 좋고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몸살처럼 앓고 지나간다.

Q. 어린이에게는 더 위험하지 않나.

A.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지난해 4~5월 사우디아라비아 메르스 환자 42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14세 이하 환자는 전체 3%에 불과했다. 60세 환자가 31.7%로 가장 많았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감염을 잘 일으키는 연령이 다르다. 로타바이러스 같은 경우 어린이에게 더 잘생기는데, 메르스 바이러스 같은 경우 어른에게 더 잘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Q. 마스크를 꼭 써야 하나. 손은 어떻게 씻어야 하나.

A.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은 공기 중 미세한 물질을 95% 이상 걸러주는 N95 등급의 마스크를 착용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런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을 잘 쉴 수 없어 일상생활이 어렵다. 중증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사람은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하다. 상대방의 비말이 자신의 입과 코로 들어가지 않도록 마스크를 끼고 물건을 만진 뒤 항상 손을 씻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바이러스는 옷에는 2시간 정도 살지만 손에 묻으면 12시간 정도 생존한다. 비누로 손을 씻으면 바이러스 외피가 벗겨져 죽는다. 메르스 감염 중증도는 바이러스의 양이 얼마나 몸에 많이 들어오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손을 자주 씻어 바이러스 유입 빈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40초간 골고루 문지르는 방법이 가장 좋다. 99.8% 제거된다.

Q. 기침도 하고 열도 나는데, 메르스가 아닌지 걱정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메르스와 감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열 온도다. 어른의 일반 감기는 열이 나더라도 38도 이상인 경우가 거의 없다. 일반 감기 증상에 38도 이상의 고열과 숨이 가쁜 증상이 추가된다면 메르스를 의심해 본다.

Q. 열이 나서 병원에 가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오히려 메르스를 옮아 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A. 일단 병원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 현재는 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병원도 이미 다른 환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격리하고 환경 소독이 이뤄진 상태다. 예정된 진료나 병·의원을 방문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노약자나 어린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병원에 가지 않는 게 좋다.

Q. 메르스 의심자와 같이 사는 사람은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또 감염자가 사는 지역 거주자는.

A.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바이러스 전파를 하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언제 증상이 나타나 바이러스를 내뿜을지 모르므로 침· 분비물 등이 다른 가족으로 옮지 않도록 식사도구나 생활용품을 따로 쓰고 소독을 철저히 한다. 세면도구나 침실 등도 따로 쓰는 것을 권장한다.

Q. 메르스는 어떻게 치료하나.

A. 아직 예방용 백신과 치료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아 증상을 가라앉히는 치료법을 쓰고 있다. 일부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를 여러개 혼합해 쓰기도 한다. 치사율이 40%라고 하지만 의료수준이 다소 떨어진 중동지역 케이스를 바탕으로 한 값이다.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받으면 치사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열 등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 최장 잠복기(14일)의 2배인 28일 동안 재발하지 않고, 진단 검사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배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