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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최고 500만원 수당 '신차 대리 구매' 알바 성행

대당 최고 500만원 수당 '신차 대리 구매' 알바 성행

중고차로 둔갑시켜 수출
업체, 관세 적어 남는 장사

 

취업 준비생 박준영(29·가명·인천 중구)씨는 최근 국내 업체의 새 차를 산 직후 중고차 수출업체에 넘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1t 트럭 한 대를 샀다가 바로 수출업체에 건넸다. 대가로 80만원을 거머쥐었다. 새 차를 사는 데 드는 돈은 일절 수출업체가 부담했다. 밑천 안 들이고 품만 약간 들여 80만원을 번 것이다. 박씨는 “불법이 아니고 쉽게 꽤 큰돈을 버는 일이라 기회가 되면 또 하겠다”고 말했다.

 ‘신차 대리 구매’라는 신종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박씨처럼 사실상 중고차 수출업체를 대신해 차를 산 뒤 수당을 받는 일이다. 수당은 중고차 수출업체와 차종에 따라 대당 3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받는다. 본지가 입수한 D사의 수당 표에 따르면 선루프까지 단 2014년형 스타렉스 4륜구동 11인승은 수당이 500만원, 경차인 모닝 밴 고급형(오토매틱)은 30만원이었다.

 수출업체들은 이렇게 구한 차를 러시아·베트남·리비아 등지에 팔아 이익을 낸다. 신차에 붙는 관세율이 유달리 높다든가 해서 현지에 자동차 값이 높게 형성된 나라다. 그래서 국내에서 새 차를 대리 구매해 수당을 지급한 뒤 이들 나라에 중고차로 팔아도 이익이 남는다. 2014년형 스타렉스 4륜구동 11인승(선루프)의 경우 국내에서 취득세·등록세에 지방채권 매입비, 탁송료까지 다 더한 게 3300만원 정도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같은 차종이 5000만원에 가깝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이곳에 새 차나 다름없는 중고차를 4700만원에 팔아 이익을 남긴다.

 수출업체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완성차 업체가 이들에게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 블로그나 카페를 차려 놓고 “합법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대리 구매자를 찾는다. 요즘은 “여름 휴가비 쉽사리 장만하는 요령”이라는 식으로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 중고차 수출업체 박모(44) 대표는 “100여 회사와 개인 사업자들이 대리 구매를 통해 수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최근 대리 구매자에게 차를 팔지 말도록 영업사원에게 지침을 내렸다. “해외 시장 질서를 흐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수출업체들은 들키지 않는 상황 설정과 연기 지도까지 하고 있다. 예컨대 주부에게 스타렉스 구매를 맡기면서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이러이러한 장사를 하려고 해 스타렉스가 필요하다. 남편은 점포를 보러 다니고 물건 떼는 법 배우기에 바빠 내가 차를 사러 왔다”고 하라는 식이다.

차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