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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막던 대못'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

'재건축 막던 대못'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

국토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
초과이익환수제도 없애기로
강남·강동권 재건축에 탄력
민주당 반발 … 형평성 논란도

 

앞으로 아파트 재건축사업 때 주민들이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비율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재건축으로 생긴 시세차익 일부를 부담금으로 낼 필요도 없다. 재건축을 가로막았던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재건축 때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서울 기준)을 소형주택으로 짓도록 한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이 없어진다. 이 제도는 서민에게 재건축 아파트 입주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크기 구성이 가능해져 재건축단지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아파트 값 상승으로 얻은 이익 중 10~50%를 부담금으로 떼어 가는 초과이익환수제는 폐지된다. 시장 원리에 따라 얻은 이익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라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대책이 추진된다. 이 같은 대책들은 ‘규제를 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에서 나왔다. 국토부가 앞으로 2400여 건에 이르는 규제에 대해 ‘총점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물론 박 대통령의 주문만이 전부는 아니다. 주택시장에선 그동안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반시장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기풍 국토부 1차관은 “국민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줄여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시장적 규제를 푼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급등기에 쳐 놓은 그물을 건져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가 느는 등 최근 온기가 돌고 있는 주택시장엔 이번 조치가 영양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강남·강동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이들 단지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최근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데, 가구당 많게는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담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소형주택 확대 요구로 골머리를 앓던 저층(5층 이하) 재건축 추진단지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 사업 속도 조절과 단지별로 다채로운 사업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형 모기지를 5년 이상 무주택자로 확대하고, 민간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주택 거래와 전·월세 물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월세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혜택이 대부분 강남권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주택시장을 선도해 온 재건축을 자극해 주택시장 전체를 띄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건 재건축시장이 아니라 극도로 위축된 재개발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기존 사업장만큼이라도 기반시설 부담금 완화 등을 통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번 대책에 담긴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초과이익환수제만 해도 법을 고쳐야 하는데, 민주당은 ‘재건축을 통한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치권을 설득해 실행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