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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뉴스

신지애 버디 마법, ‘리틀 신지애’ 한 수 가르치다

신지애 버디 마법, ‘리틀 신지애’ 한 수 가르치다

호주여자오픈 제패 LPGA 11승
14번홀 위기서 ‘칩인 버디’ 18언더
리디아 고는 14언더 3위에 그쳐
청야니 마지막 날 7타 줄여 2위

 

신지애(25·미래에셋)가 ‘그린의 수학자’ 리디아 고(16·뉴질랜드 교포·한국명 고보경)의 돌풍을 잠재우고 파이널 퀸으로 돌아왔다.

 분필선처럼 공을 똑바로 치는 플레이 스타일에 생김새까지 닮아 ‘원조 초크 라인’과 ‘리틀 초크 라인’이라고 불리는 두 선수. 지난해 8월 캐나디안 여자오픈 이후 175일 만에 맞붙은 둘의 대결은 ‘원조 초크 라인’의 승리로 끝났다.

 17일 호주 캔버라의 로열 캔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4라운드. 리디아 고와 공동선두로 출발한 신지애는 1대1 맞대결을 벌인 마지막 날 1언더파(버디 3, 보기 2개)를 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종합계 18언더파를 기록해 이날 3타를 잃은 리디아 고(14언더파·단독 3위)를 4타 차로 꺾었다. 신지애의 LPGA 개막전 우승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산 11승째다. 이런 기세라면 한 시즌 최다승(2008·2009년 각 3승) 기록 경신도 가능해 보인다.

 LPGA는 신지애에게 크게 신세를 졌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8월 27일 캐나디안 여자오픈에서 15세4개월2일의 나이로 우승해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 아마추어 1위인 그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로서 프로 대회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다. 신지애는 그런 무서운 10대를 꺾고 ‘프로들의 체면’을 세워줬다.

 

“마지막 날 매우 어린 친구와 경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경험이 더 많다.”

 신지애는 리디아 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1번 홀(파5) 리디아 고의 티샷이 왼쪽 숲으로 떨어진 데 이어 두 번째 샷마저 나무를 맞고 뒤로 튕겼다. 신지애는 버디를 해 더블보기를 한 리디아 고에게 3타나 앞섰다. 2번 홀에서 리디아 고가 또 보기를 하면서 4타 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이후 신지애는 고전했다. 12번 홀 보기로 16언더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14번 홀에서는 그린을 놓쳤다. 그런데 위기에서 최고의 샷이 나왔다. 러프에서 친 25야드 샷이 그대로 홀로 떨어져 버디가 됐다. 이어 15번 홀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신지애는 “‘아, 이게 골프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리디아 고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내가 거둔 11승보다 더 많이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이긴 적이 있지만 그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 나에게 유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존 턱스워스 기자는 “두 선수가 닮았다고 하는데 극단적으로 반대다. 신지애는 실수를 하면 감정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지만 리디아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한다. 그게 두 선수의 큰 차이다”라고 지적했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24·대만)는 이날 7타를 줄이는 저력을 선보이며 합계 16언더파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