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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우표 뒤 침 한 방울, 5년 쫓던 살인범 잡았다

우표 뒤 침 한 방울, 5년 쫓던 살인범 잡았다

2007년 군 지휘관 모친 피살
화천 산골 마을 미제사건
협박편지서 나온 DNA가 단서
알고 보니 인사 불만 보복

 

우표에 묻은 침이 미제사건이 될 뻔한 70대 노파의 살인 사건을 5년 만에 해결했다. 범행은 군 복무 시절 부대 지휘관의 문책 인사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07년 10월 24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산골 마을 외딴집 앞마당에 최모(당시 77세)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마을을 지나가던 심마니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집 거실과 마당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누군가 최씨의 머리를 돌과 둔기로 10여 차례 때려 참혹하게 살해한 후 달아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주민이 혈흔 위에 흙을 뿌리고 장롱 이불로 시체를 덮는 등 현장이 훼손돼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가 없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쯤 지나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숨진 최씨 집으로 의문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네 어미 생각이 자꾸만 난다’ ‘한번 보자 괘씸한 놈아’ 등 최씨의 큰아들인 박모(65)씨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씨는 인근 지역에서 연대장을 지냈다. 발신자 명의는 ‘화천에서 만성이가’라고만 표기돼 있었다. 이 같은 편지는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최씨 집으로 모두 7통이 배달됐다. 발신지는 춘천과 화천 등이었다.

 경찰은 2008년 9월 20일 배달된 두 번째 편지에 붙어 있는 우표에서 침 성분을 검출,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DNA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미제사건 전담팀이 풀었다. 지난해 11월 28일 구성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27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정밀 분석하는 등 원점에서 재수사했다. 전담팀은 편지에 ‘연대 뒤 골짝’ ‘군바리 간부’ ‘휴양소’ 등의 용어가 군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아들 박씨를 설득했다. 사건 당시에는 기억하지 못했던 그는 연대장 시절 부사관이던 조모(64·춘천시 후평동)씨가 인사 관련 불만을 제기한 전화를 한 번 받은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경찰은 10일간 잠복 끝에 지난 6일 조씨가 먹다 버린 캔음료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두 번째 편지에서 확보한 DNA와 일치했다. 또 여섯 번째 편지에서 발견된 부분 지문과 조씨 지문이 일치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경찰은 16일 조씨를 살인과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군 복무 시절인 1993년 문책성 인사에 항의해 사표를 제출했는데 연대장인 박씨가 만류하지 않고 수리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그러면서 “박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려고 최씨 집을 찾았으나 최씨가 자신을 여전히 아들의 부하 취급을 하는 등 무시해 둔기로 때렸다”고 자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