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동거·주말부부 '황혼 연애' "결혼보다…"

동거·주말부부 '황혼 연애' "결혼보다…"

연애하니 젊어져요 … 사랑에 빠진 70, 80대
부양 책임, 자식들 눈치 싫어서
결혼보다 동거·주말부부식 선호
사별·이혼 남성노인 20%가 연애

 

 

“얼마나 다정한지 몰라. 헤어질 땐 이마에 뽀뽀도 해주고….”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김경옥(70·가명) 할머니는 요즘 한창 연애 중이다. 열두 살 연상인 조기영(82·가명) 할아버지가 짝이다. 둘은 손을 꼭 잡고 극장에도 가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며칠씩 머물기도 한다. 둘은 지난해 3월 인천시가 주최한 ‘60세 이상 어르신 맞선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김 할머니는 23세 때 혼례를 치르고는 이듬해 이혼했다. 그 뒤 장사에만 매달리며 외동딸과 조카들을 키웠다. 그래선지 ‘인생에 로맨스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 김 할머니는 “젊을 때는 정말 몰랐다. 사랑이 이렇게 포근한 건지”라고 말한다.

 조 할아버지는 2년 전 부인과 사별했다. 당시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어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사람(김 할머니)이 활력소다. 오래 살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노인 혼자 사는 가정이 늘면서 황혼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해 3월 경기도에 사는 만 65~84세 남녀 2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한 남성 노인 5명 중 1명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인은 10명 중 1명꼴이었다. 이들은 이성교제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친구나 말벗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여성은 58.3%, 남성은 47.8%였다. 이 연구원의 안태윤 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노인들은 외로워서 자살을 택하거나 아무도 모르게 고독사(孤獨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황혼의 만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노인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엔 참가자가 많이 몰린다. 인천시가 지난해 3월과 11월에 실시한 어르신 맞선 프로그램 ‘합독(合獨)’ 사업에서는 각각 22쌍과 18쌍이 현장에서 맺어졌다. 만남 방식도 다양해졌다. 예전처럼 혼인신고를 하기보단 동거를 선호한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주말부부’처럼 살기도 한다. 부양 책임을 지거나 자식들 눈치 보기 싫은 게 큰 이유다.

 황혼의 만남 이유 중 ‘성(性)적 욕구’도 비중이 크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설문조사에서 배우자 없는 남성의 34.8%가 ‘성적 욕구’를 이성교제의 목적으로 답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12월 한국소비자원에 의뢰해 서울·경기 지역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10명 중 7명(66.2%)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