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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건강하게

장마철 입맛 회복 1등 공신 ‘매운 음식’ 우유로 속 다스리려다…

“눈물콧물 쏙 빼놓는 매운 맛이 계속 생각나요.”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서울 신대방동의 ‘O’ 음식점을 찾은 손님의 말이다. 장마와 더위로 지친 입맛을 회복하는데 매운 음식만한 게 없다. 하지만 ‘속 쓰림’이라는 불청객이 함께 찾아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음식점이 내놓은 해결책은 ‘우유’ 마시기. 지난해 한 손님이 매운 음식을 먹다가 복통을 호소한 이후로 위 보호에 좋다는 우유를 준비해 둔 것이다.

그렇다면 우유를 마시면 매운 음식으로 인한 속 쓰림이 사라질까. 정답은 ‘아니요’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문성(소화기내과)교수는 “우유가 위벽을 보호해 속 쓰림을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오히려 지나치게 우유를 마시면 위산이 더 분비돼 속 쓰림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운 것은 ‘맛’ 아니라 일종의 ‘통증’이다. 고추에는 매운 성분의 ‘캡사이신’ 이 함유돼 있다. 불과 0.2~0.4% 정도이지만 자극성이 매우 강하다. 식도ㆍ위ㆍ소장 같은 소화기관이 캡사이신의 공격을 받으면 고통이 따른다.

우유는 이런 캡사이신을 씻어낼 수 있다. 우유 성분 중 3.4%를 차지하는 ‘지방’ 성분이 탁월한 청소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물은 아무리 먹어도 효과가 없지만 우유를 먹으면 입 안이 얼얼한 느낌이 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위장에서는 우유의 ‘속 쓰림 방지 기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유는 캡사이신에 자극 받은 위 점막을 일시적으로 감싸지만 지속 시간이 1~2초 정도로 짧다. 오히려 우유 속에 있는 단백질 성분을 분해하기 위해 위산이 과다 분비되면서 속을 더 쓰리게 할 수 있다. 이문성 교수는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럴 땐 우유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매운 음식 때문에 매번 속이 쓰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유보다는 위산 억제제나 위 중화제를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약을 식사 2시간 전에 먹으면 평균적으로 3~4시간 동안 위 보호 효과가 있다. 우유가 위벽을 잠시 덮고 지나가는 정도라면 위산 억제제는 위벽에 찰싹 붙어 오랜 시간 위를 보호한다.

김슬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