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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건강하게

“말할 때 썩은 내 나면 즉시 암검사 하세요”

“말할 때 썩은 내 나면 즉시 암검사 하세요”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권기환 교수가 말하는 갑상선암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환자가 병원에 오면 목 아래 부분을 보고 손으로 꼼꼼하게 만진다. 목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기도 한다. 갑상선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다. 목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거나 돌을 만지는 것처럼 딱딱하다면 그의 손은 더 바빠진다. 목소리가 쉬었다거나 말할 때마다 썩은 냄새가 나면 만사를 제치고 갑상선암 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권기환(48·사진) 교수는 환자를 늘 그렇게 본다. 진단장비로 알 수 없는 미묘한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은 인체에 있는 15g에 불과한 조그마한 내분비기관이다. 날개를 펼친 나비처럼 생겼다.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혈액으로 내보내는 일을 한다. 이 호르몬은 인체 대사 과정을 촉진해 모든 기관의 기능이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갑상선이 제 역할을 못하면 지능이 떨어지고 신체 발육이 늦어진다.

최근 갑상선암 환자는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2010년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국내에서 발생한 새로운 암환자 17만8816명 중 갑상선암은 남녀를 합쳐 2만6923명이다. 위암에 이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암 환자 100명 중 15명은 갑상선암에 걸리는 셈이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갑상선암은 10위권 밖이었다.

-갑상선암은 어떤 질환인가.
“말 그대로 갑상선에 생기는 내분비 악성종양이다. 주로 4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대개 통증이 없는 갑상선결절로 발견된다. 갑상선암은 기원세포와 분화 정도에 따라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미분화암)으로 나뉜다. 종류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다르다. 갑상선 유두암의 10년 생존율은 95%지만, 역형성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하다. 최근엔 건강검진이 활성화돼 새로 진단받는 환자 비율이 늘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같이 여러 가지 인자가 합쳐
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어떻게 치료하나.
“기본적으로 암 조직을 잘라내 치료한다. 환자의 연령, 종양 크기,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을 고려해 수술 범위를 결정한다. 수술 후에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갑상선암 재발을 막기 위해 갑상선호르몬 약을 복용한다. ”

-유독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갑상선암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네 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논문에서 여성호르몬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갑상선에서 여성호르몬이 일부 생성되는데,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이를 자극해 암을 유발한다는 가설이다. 실제 여성호르몬이 풍부한 연령대를 제외한 10대·폐경기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비율은 남성과 비슷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유전적인 경향이 높게 관찰된다. 하지만 반대로 암 발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해 파악하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암 초기에도 림프절로 전이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지만, 다른 사람은 암 조직이 커도 림프절 전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갑상선암을 다른 장기로 전이시키는 유전자가 있다는 의미다.

-유전자로 갑상선암을 진단하고 맞춤 치료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인가.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인간지놈 프로젝트 이전에는 개인 간 유전자 염기서열이 각각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놈 지도를 완성해 비교해 보니 99.9% 일치하고 단지 0.1%만 달랐다. 이 0.1%의 차이가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변화시킨다. 유전자의 차이를 알면 갑상선암에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환자에 맞는 맞춤형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갑상선암 발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선별해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다. 연구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5년 후에는 갑상선암과 관련된 유전자를 확인해 치료에 접목할 수 있는 맞춤의학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갑상선암은 방사능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방사선 조사를 받은 환자의 17~30% 정도가 갑상선 결절이 발생했고, 최대 10%의 환자에게 갑상선 유두상암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실제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소아 갑상선암 발병빈도가 지역에 따라 30~100배 증가했다. 거리가 있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최소한 일본 원전사고가 난 지역은 갑상선암 발병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방사선 조사 후 5~40년 정도가 지나야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돼 우리나라도 추적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권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