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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 이것저것

웨스트우드가 갤러리를 보고 웃고 만 이유

발로 공 막고, 경기 중 사인 요청 …
발렌타인 챔피언십 황당 갤러리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 기대”

 

최고 선수들이 참가해 관심이 집중된 발렌타인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여러 가지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한 갤러리는 3라운드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브랫 램퍼트(호주)의 공이 카트길을 따라 굴러오자 발로 막았다. 홀 쪽으로 향하던 공은 속도가 줄면서 얕은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적어도 50m의 거리를 손해봤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전 세계로 중계됐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장면 하나가 한국의 갤러리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는 얘기다.

 사례는 더 있다. 경기 중인데 티잉그라운드에 불쑥 들어가 모자에 사인을 해 달라는 갤러리도 있었고, 잠깐 빈 티잉그라운드에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먹는 가족도 목격됐다. 스마트폰도 모자라 커다란 아이패드를 들고 옛날 사진사처럼 거창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제지하는 경기 운영요원에게 “셔터 소리가 안 나는 동영상을 찍고 있으니 상관없지 않으냐”고 반박하는 갤러리도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는 세계 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도 어이가 없었는지 웃었다. 동영상 촬영은 소리가 안 날지 모르지만 선수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이고 저작권 위반이 된다. 골프 대회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은 분명 갤러리다. 경기에 참가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는 “선수가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야 돈과 시간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갤러리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는 가능한 한 선수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골프 선수들은 궂은 날씨에도 경기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갤러리의 소란스러움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갤러리는 지켜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대회 주최 측이 갤러리를 소외시킨 부분도 있다. 경기 운영요원은 고압적이었고 전문성이 떨어졌다. 갤러리에게 최적의 동선(動線)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진을 찍거나 전화를 함으로써 공연자(선수)를 방해하고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인공이 갤러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세계 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갤러리의 에티켓이 좋아졌다”면서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천=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