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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자유공간

시장·군수 지방선거 출마 틈타 일부 공무원들 살판났다

지자체장 후보 등록 … 업무 공백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공무원들이 살판났다. 집단으로 골프를 치는가 하면 거리낌 없이 후보를 지지하는 등 선거에도 개입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속속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집행부 공백사태가 발생하자 ‘놀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골프 … 술판=4일 오전 전남 순천의 파인힐스 골프장. 평일이었지만 전남 영광군청 김모 과장 등 공무원 15명이 필드를 누비며 ‘나이스 샷’을 외쳤다. 김씨 등 3명의 사무관이 포함된 이들은 영광군청 골프동호회 회원으로 이날 집단으로 연가를 내고 관광버스를 빌려 골프장을 찾았다. 이들이 골프를 친 날 영광군청 공무원 40명은 자매도시 간 우호 교류를 위해 경기도 고양시를 방문한 상태였다. 김 과장은 “올해부터 연가보상비를 주지 않는 대신 연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과 함께 주말에 비해 평일 그린피가 절반 정도여서 골프 모임을 추진했다”며 “시기적으로 주변상황과 맞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정기호 영광군수는 10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직무가 정지됐지만 이달 들어 본격적인 선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무원의 평일 골프 회동에 대해 군민 주모씨는 ‘골프를 친 것이 문제가 아니고, 평일에 집단 연가를 내고 다른 지역까지 원정 가서 놀다 온 것이 문제’라며 ‘연가를 가도 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공무원 수를 확 줄여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는 글을 영광군 홈페이지에 남겼다.

충북도청 서기관(4급) A씨는 지난 6, 7일 이틀간 연가를 냈다. 연가 전날인 5일은 어린이날, 연가 이튿날과 그 다음 날은 토·일요일로 사실상 5일간 휴가를 낸 셈이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3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A씨는 정 지사의 직무정지로 생긴 업무 공백을 이용해 휴가를 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시 일부 공무원은 출장신고서를 내고 나가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였다가 적발됐다. 인천시 신도시 개발부서 직원 5명은 지난달 30일 인천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인 모 대학 교수들과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후 시청으로 복귀하지 않고 전 인천시의원 등과 오후 5시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날은 안상수 인천시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직무가 정지된 날이었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지난달 23일 오후 7시 충남 천안시 쌍용동 K식당에 천안시청 소속 C고교 출신 공무원 50여 명이 모였다. 성무용 시장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천안시청 A국장은 “시장님의 당선과 더불어 행운, 필승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성 시장은 지지를 호소했고, 참석 공무원들은 건배하며 성 시장 지지를 다짐했다.

이에 앞서 4월 7일 오후 7시 천안시 성정동 A식당에서 열린 천안시청 내 성남면 출신 모임인 ‘수성회’ 모임에도 성 시장이 참석했고, 40여 명의 참석자는 ‘시장님을 위하여’라며 건배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가 차기 자치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실련은 이날 모임의 발언을 녹취해 중앙선관위에 사전 선거운동 혐의 등으로 조사를 의뢰했다. 충남 선관위는 모임 참석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 6일 경북 김천시 교동 코아루아파트 경로당을 찾은 김천시청 공무원 A씨는 방문 보건 업무 중 현직 시장인 박보생 예비후보의 업적을 노인 10여 명에게 홍보했다. A씨는 “시장이 국비를 많이 따냈고 KTX 역사도 잘 추진되며 앞으로 김천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을 위반한 A씨를 경고 조치했다. 경북 경산시의 B면장은 지난달 22일 면 소재 한 마을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당이 뭐 필요하냐.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며 한나라당 공천이 불투명한 최병국 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B면장도 경고 조치됐다.

◆감시 강화=공무원 선거 개입과 근무기강 해이가 우려되자 행정안전부와 각 시·도는 감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감사관실 직원 35명 가운데 20명을, 전북은 8개 팀 16명, 강원도는 3개 팀 13명이 시·군을 순회하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의 선거사무실 출입, 자리 비우는 행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찬호·서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