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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노벨 평화상 수상에 미국 국론 분열

오바마 노벨 평화상 수상에 미국 국론 분열

WP “모두를 당황케 한 이상한 노벨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축하한 반면 정작 미국 사회에선 진보- 보수 진영 간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보험 개혁안 입법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추가 파병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국민적 경사가 아니라 또 하나의 국론 분열 이슈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 “상 반납하라” vs “자격 충분”=공화당은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을 선거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오바마의 수상은 한때 영광스럽고 존경받는 (노벨) 상이 이제 얼마나 의미 없는 상이 됐는지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오바마는 상을 거부한 뒤 3∼4년 뒤 재검토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메드베데프와 카스트로의 축하에 대해서도 “미국 민주당원들과 그들의 국제사회 좌파 동맹들은 국제적 재분배 어젠다에 대해 미국이 영합하도록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인사 중 축하한 사람은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은 일제히 환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바마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벨 평화상은 그의 지도력과 비전에 대한 입증이자 미국 가치에 대한 찬사”라고 말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엘 고어 전 부통령, 민주당 지도부는 “오바마의 수상은 당연한 것이며,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비판론자들에 대해 “극우주의자들은 미국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간 협력과 대화를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의 스마트 외교 원칙과 그에 따른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언론, “논란 많은 수상”=지난해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워싱턴 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모두를 당황케 만든 이상한 노벨 평화상”이라며 “이 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본 뒤 수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노벨상위원회는 오바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노벨 평화상 자체의 신뢰를 깎았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오바마에 대한 노벨상 수여 결정이 미국을 쪼개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본인 잘못은 아니지만 설익은 수상이 오바마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담 커진 오바마=수상 논란은 오바마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벨위원회가 수상 이유로 밝힌 비핵화 노력은 미 상원에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이 통과되지 않으면 빛이 바랜다. 현재로선 공화당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란·북한과의 핵 협상,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에서도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동 평화협상을 복원하는 일도 오바마 정부의 숙제지만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두고 여전히 양측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