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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우리아이들

사교육비 문제 다투다 남남 된 부부

사교육비 문제 다투다 남남 된 부부

남편과 불화로 소송한 주부에 이혼 판결
‘자녀교육 이견’이혼 상담 최근 부쩍 늘어

 

모 지방대 교수인 P씨와 아내 K씨는 자녀들 사교육 문제로 다투곤 했다. 자녀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K씨는 자신의 두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여러 곳에 보내고 과외도 시켰다. 그러나 남편은 이를 좋게 보지 않았다. 외국 유학 후 10년 넘게 대학의 시간강사로 일하다 보니 살림이 풍족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K씨는 옷 장사를 하며 자녀 교육비와 생계를 책임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칭 ‘억척 엄마’ 대열에 끼어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K씨는 아이들 교육비만큼은 줄이려 하지 않았다. 이 문제로 부부가 의견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방대 교수가 되면서 주말에만 서울 집에 오는 P씨는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원래 관심도 적었다는 게 K씨 측 주장이다. 결국 K씨가 자녀 교육을 도맡는 형국이 됐다. 그러던 중 부부는 2006년 당시 중학생이던 큰아들 문제로 크게 싸웠다. 아내가 큰아들을 학원비가 비싼 특목고 대비 전문학원에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학원에 보내고 몇 달 후 남편은 아들이 학원 공부는커녕 학교에 빠지고 담배를 피우는 등 말썽 부리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아내에게 “학원비 지출을 줄이고 일찍 집에 들어와 애들이나 잘 돌보라”고 요구했다. K씨는 그 길로 집을 나갔고 1년여 동안 별거한 끝에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된 1, 2심 재판에서 K씨가 모두 이겨 이혼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이 배우자의 외도나 가정 폭력 때문에 이혼하라고 판결한 경우는 흔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한 불화를 이유로 이혼 판결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가정 파탄의 책임은 P씨와 K씨에게 반반씩 있다”고 밝혔다. 2심인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는 특히 “아내는 무리하게 교육비를 지출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고, 남편은 교육과 경제적인 문제는 아내가 알아서 감당하라는 식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교육 문제로 이혼 상담 증가=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교육 문제가 부부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자녀의 사립학교 진학 문제로 갈등을 겪은 부부에게 이혼 판결을 내렸다. 주의력 결핍 증세를 보이는 자녀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자는 아내 김모씨의 제안을 남편 한모씨가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그러곤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자녀 교육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최근에는 사교육비나 자녀 진로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혼 상담을 원하는 부부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